한·미 정상 통화에서 방위비분담금 논의
트럼프가 먼저 분담금 꺼냈을 가능성
경제·안보 일괄 타별 방식 추진도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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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논의하면서 향후 재협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가 해당 문제로 얘기를 나눈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을 관세 등 다른 경제 사안과 한데 엮어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두고 “방위비분담금 얘기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통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간 소통에서 방위비분담금이 다뤄진 건 최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주장해온 만큼, 그가 이번 통화에서도 먼저 얘기를 꺼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한 ‘거래’를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담금 재협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내 첫 임기 때 수십억달러(수조원)의 군사적 비용 지불을 시작했지만, ‘졸린 조 바이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라며 “모두에게 충격이었다”고 했다. 자신은 한국으로부터 큰 액수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받아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되돌렸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이 수십억달러를 냈다는 건 틀린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 1기 때인 2019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대규모 증액 요구로 인해 협상이 길어지다가 2021년 3월 바이든 행정부 때 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하며 한국이 100억달러(약 14조8000억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가 지난해 10월 체결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이 2026년에 내야 하는 1조5192억원보다 약 10배 많은 액수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는 행정협정이기 때문에 행정부의 의지에 따라 재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 SMA 9조는 “이 협정은 당사자의 서면 합의에 의해 수정되고 개정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미국의 이런 협상 방식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에게 불리한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먼저 제기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미국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응하며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카드로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지금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두고 “우리는 꾸준한 방위비 증액을 통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유지와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해왔다”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강화할 것이고 미국 측에도 이를 적극 설명하고 협의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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