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환율·경기·물가·신용 등 전방위 위기
대내외 불확실성에 사면초가 몰린 기업들
“복합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화 시 경영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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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은결·한영대 기자]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있었을까.’
국내 기업들이 초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그야말로 ‘테러 상황’에 준할 정도의 사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 발효돼 시행에 들어갔고, 이의 여파와 미·중 간 관세 갈등 고조,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면서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미 기업들은 경기 침체 공포로 소비·투자가 둔화되면서 운신의 폭은 좁아질 만큼 좁아진 상태다. 여기에 관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의 금리 인하 압박은 인플레이션을 자극,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의 급격한 긴축 전환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또 다시 기업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안그래도 최근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부정적으로 바뀐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 사이에선 “외환위기 이후 가장 위험한 고비”, “이제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무역상대국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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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에 충격…공급망 차질·원가 상승 직면
여의도 전경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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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 기조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최근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는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9일부로 시행에 들어갔다.
국내 주요 그룹 중 한 지주사 고위 임원은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곳곳에 건설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상당수가 북미향이 많다”며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수출 다변화 외에는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방법도 있지만 이같은 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도 많은 돈이 투자될 뿐만 아니라 미국 정권 교체로 인해 정책이 바뀔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한 산업단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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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인플레이션 등 경영 변수 잇따라
최근 급등한 환율 역시 기업들의 부담을 키울 수 밖에 없다. 상당 부분의 원자재·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환율이 오르면 원가율이 높아져 마진율 하락을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또 고환율은 해외 부채의 환산 가액을 높여 재무 건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지속, 유럽의 에너지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기침체는 소비심리 위축과 기업 투자 축소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수익성 하락은 주가 하락과 금융시장 위축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기업 경영을 옥죄고 있다. 미국에선 관세 반작용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발 물가 상승은 국제 유가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수입단가 및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내수 시장 중심의 중소기업들에는 타격이 더 크게 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33으로 전월 대비 상승세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 가격을 쉽게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자·수입 물가가 동반 상승하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환율·물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투자 계획을 유보하거나 인력 운영 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보수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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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투자 미루고 생존모드 돌입할 것”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알루미늄 철강, 자동차, 화학 등 업종은 수익성 악화 직격탄을 맞고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이 장기화된 석유화학 기업의 경우,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3일 기준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곳도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HD현대케미칼,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 등 6개사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권 대출 여건이 악화되고,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유동성 확보에 민감한 중견·중소기업일수록 자금 경색 위험이 크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투자유치 역시 어려워지고, 이는 기업의 성장 전략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이같은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글로벌 경기와 통상 질서, 금융시장 모두가 변동성을 내포한 채 요동치고 있어, 불확실성이 ‘뉴 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전제 하에 움직이고 있다. 소속회사를 잔뜩 늘렸던 SK그룹이 리밸런싱이란 명목 하에 자산 정리에 나서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 공급망 다변화, 환헤지 전략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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