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역사’ 옛 제일은행 본점, ‘더 헤리티지’로 재탄생
2015년 매입 후 10년간 복원 몰두, “역사적 의미 최우선”
정유경 회장 의지 담긴 프로젝트, 세심함 곳곳 묻어나
역사·문화·산업 헤리티지 동시에, 차별화 나선 신세계
이곳은 1935년 준공된 서울 명동 소재 옛 제일은행 본점을 현대식으로 복원한 신세계백화점 ‘더 헤리티지’다. 2015년 이 건물을 매입한 신세계백화점이 10년간 복원에 매달린 끝에 9일 대중에 공개됐다. 역사·문화·쇼핑이 공존하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해 온 프로젝트다. ‘국내 최초 백화점’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신세계백화점이 문화·산업적 ‘헤리티지’(유산) 키우기에 나서면서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 ‘더 헤리티지’ 4층에 있는 유물 전시 구역. (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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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호가 우선” 역사 복원에 진심
이날 방문한 더 헤리티지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1·2층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샤넬’이 들어섰고, 지하 1층과 4·5층엔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참여한 공간들로 구성됐다. 더 헤리티지의 백미는 4층이다. 4층은 역사적 보전 가치가 높은 공간으로 1935년 옛 제일은행 본점에 있던 다양한 유물과 사료들을 전시했다. ‘더 헤리티지 뮤지엄’이라는 명칭을 받은 4층은 대부분이 현 시점에 맞춰 기능성만 변경하고 과거의 원형을 살리는 방식으로 복원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바닥 등을 보강하는 공사 과정에서 꽃 모양 석고부조 등을 떼야 했는데,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최대한 훼손 없는 방식으로 복원하는 방법을 택했다”며 “이번 프로젝트에선 문화재 보호가 최우선 철칙이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공간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남측의 커튼월을 뉴욕의 ‘더 모건 라이브러리’에서 영감을 받아 흰색 철판으로 제작했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은 해체 후 정원을 조성해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이동 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1935년 옛 제일은행 본점에 있던 금고 문도 그대로 보존해 4층으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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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헤리티지’서 엿보인 정유경 회장의 세심함
신세계백화점은 제일은행 건물 매입 후 인허가에만 2~3년을 매달렸다. 이후 서울시 국가유산위원회 심의 등 30여차례의 자문을 받으며 복원에 나섰고 1935년 준공 당시와 90%가량 동일한 수준까지 완성했다. 과거 문헌과 사진 자료 등을 최대한 수집해 보존·복원 과정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준공 당시 설치됐던 2m 남짓의 은행 금고문 원형을 유지, 장소만 4층으로 옮긴 것도 이 같은 세심함의 결과다. 정 회장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함이 더 헤리티지 곳곳에 묻어져 나온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세심함은 지하 1층 ‘하우스 오브 신세계’ 공예 기프트샵, 5층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단순 복원을 넘어 한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공예상품, 전시 등을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5층에 신세계 한식연구소가 한식 디저트와 차를 제공하는 ‘디저트 살롱’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사와 문화, 쇼핑을 한 번에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최근 서울 명동 일대를 ‘신세계화(化)’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농구장 3개 크기(1292.3㎡)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를 설치, 명동에서 신세계백화점만의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더 헤리티지 개관까지 더해 명동·남산공원 초입까지 이른바 ‘신세계 타운’이 펼쳐진 셈이다.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헤리티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신세계백화점만의 유통업 헤리티지도 동시에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헤리티지’ 4층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차원의 전시관. (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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