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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00원 초읽기…이게 韓경제 현주소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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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격화로 달러당 원화값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484.1원으로 거래를 마쳐,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대치 중인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 2위 수출국인 데다가 한국 역시 미국과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어 외환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고율 관세 부과로 미·중이 맞서는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선다면, 위안화 가치에 연동된 원화 약세는 심화할 수도 있다.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미뤄진 것도 원화값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역시 안갯속이다.

환율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위상과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원화값 약세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정치적 이유로 원화값이 펀더멘털에 비해 30원 정도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는데,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걷혔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가 심화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관세전쟁으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에 더해 고착화된 낮은 성장률과 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 등이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한국 경제의 신뢰도 하락은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상승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가계가 지갑을 닫는 소비 감소는 경기 침체를 가중시킨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의 일시적 유출이 외화유동성 부족과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신용등급 하락은 정부와 기업의 해외 차입 비용을 높이는 등 엄청난 손실로 이어진다. 대미 관세 협상과 경제 펀더멘털 강화에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6월 대선의 화두 역시 경제 살리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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