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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화)

월가 억만장자들 "트럼프 관세에 경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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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전쟁 ◆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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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경제학자들은 물론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2기 출범 때만 하더라도 바짝 엎드리며 트럼프표 정책을 옹호했던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무려 80%로 상향 조정하는 등 침체 가시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월가의 억만장자들은 최근 미국 경제정책 수장들을 잇달아 접촉해 관세정책을 되돌리려고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등 주요 은행 CEO들은 지난 3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비공개로 회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 거액 기부자들은 지난 주말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전화로 접촉해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해온 억만장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관세정책 제동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큰 좌절감을 느끼고 즉각 공개적인 비난에 나섰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 회장은 지난 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세계 경제가 잘못된 수학 때문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다이먼 CEO도 같은 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의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가능성이 크고 많은 이들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같은 날 "내가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 CEO는 우리가 현재 경기 침체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인 켄 그리핀 CEO도 지난 7일 마이애미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세를 "엄청난 정책적 실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꿈이 실현되더라도 그것은 20년 후의 꿈이다. 20주도, 2년도 아니고 수십 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관세정책은) 전 세계 생산 시스템에 차질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CEO들의 관세정책에 대한 비난은 월가 내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자산별 침체 가능성 분석 모델을 통해 침체 확률이 최대 80%라고 밝혔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를 기반으로 한 JP모건 계산에 따르면 침체 가능성은 7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1%보다 매우 크게 늘어난 수치다. S&P500지수 기반 모델도 침체 가능성을 지난해 11월 0%에서 이번에 62%로 크게 상향했다.

관세발 침체 우려는 전직 경제 관료와 저명 학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관세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경기 침체로 가고 있다"면서 "이 경우 200만명이 추가로 실업자가 될 것이며 가구당 5000달러 이상의 가계소득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문제는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도 충돌로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8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멍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글은 나바로 고문이 최근 CNBC에 나와 "일론은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업자"라며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고 주장한 것에 맞대응한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인 차"라며 "나바로는 벽돌 자루(a sack of bricks)보다도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경기 대응과 인플레이션 관리의 딜레마 속에서 연준이 경기 침체 대응에 무게를 두고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위기다. 이날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100%에 이른다. 다만 5월과 6월에 0.25%포인트씩 인하할지, 5월 동결 후 6월에 0.5%포인트 인하할지는 의견이 갈린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서울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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