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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992년 이후 33년 만에 'D램 1위'라는 타이틀을 SK하이닉스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필수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이후 막대한 연산능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시장이 급성장했는데, 삼성전자가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D램 점유율 순위(매출액 기준)에서 SK하이닉스가 3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전자 34%, 마이크론 25%, 기타 5% 순이었다. 작년 4분기에는 삼성전자 37%, SK하이닉스 35%, 마이크론 21% 순이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크게 성장한 점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가 D램시장 1위를 놓치게 된 것은 33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64메가비트(Mb) D램을 내놓으면서 도시바·NEC를 비롯한 당시 일본 반도체 주력 기업을 제치는 발판을 마련했다. D램 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기술력 중심의 초격차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상황이 서서히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 HBM2E, 2023년 HBM3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HBM3, HBM3E 제품을 시장에 더 먼저 공급하면서 질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
최근 D램 업계 실적은 AI 가속기 업계가 로드맵에 착수할 때마다 상승 곡선을 그린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AI 가속기는 발전 단계가 호퍼→그레이스 호퍼→블랙웰(2024~2025년)→ 블랙웰 울트라→루빈(2026년)→루빈 울트라(2027년)→파인먼(2028년) 순이다. HBM의 큰 수요는 엔비디아 칩 성능에 비례한다. 블랙웰에는 HBM3E 192기가바이트(GB)가, 블랙웰 울트라에는 HBM3E 192GB가 각각 탑재된다. 또 루빈 울트라에는 HBM4E 1테라바이트(TB)를 탑재할 예정이고, 2028년 출시되는 루빈 울트라는 현재보다 5배 많은 HBM 용량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D램시장 1위를 탈환한 것은 개발이 빨랐을 뿐만 아니라 시장을 조기에 장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 HBM3E 일부 제품은 발열 문제로 아직 엔비디아에서 퀄(품질)테스트를 받고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에 HBM4 개발·양산 준비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HBM4는 5세대 공정인 '1b나노' 공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콘퍼런스콜에서 "HBM3E 16단의 경우 고객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16단 스택 기술 검증 차원에서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면서 "'1c나노' 기반 HBM4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파운드리 인력 일부를 메모리사업부로 배치하고, HBM 개발·양산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 공급이 부족한 HBM3E 8단 제품 양산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HBM4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HBM4 개발과 양산 준비에 성공할 경우 HBM3 생산을 접고 HBM4 이후 로드맵으로 개발과 공정을 재편해 '초격차'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덕 기자 / 박승주 기자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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