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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사퇴 요구 거부 "비상계엄 비호한 적 없다...권한대행 결정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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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지명 다음 날 법사위 출석
"내란동조 혐의 고발... 기소 절대 안 돼"
"파면 전후 달라... 권한대행 지명 가능"
"헌법재판관이 재판행? 그때 가서 생각"
민주당 주도 '권한대행, 후임 임명 불가' 법안 처리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눈을 감고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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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도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임을 지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하며 재판관 임명 저지 총력전에 나섰다.

이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출석해서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권한대행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요구를 일축했다. 이 처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란수괴를 비호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정부 조직에 있었던 것만으로 내란동조를 했다는 건 좀 아쉽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파면됐다. 사진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 앞에서 석방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뉴스1 DB) 2025.4.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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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처장은 헌법재판관 결격 여부에 관해서도 "정당에 가입해서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선거 관련 조직에서 자문 등 역할을 했거나 정당의 당원을 탈퇴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헌법재판관이 될 수 없다.

이날 이 처장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 처장은 "한 권한대행이 과거 '권한대행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을 행사하는 걸 자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는 '사고'인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탄핵 결정이 났기 때문에 '대통령이 궐위'된 상태"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였을 때는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파면된 상태에서는 다음 정부를 위한 준비밖에 못 하는 등 대행의 권한을 더 좁게 해석해야 된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민주당 주도 '권한대행, 후임 임명 불가' 법안 처리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2020년 12월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가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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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에 대해서는 다소 억지 주장도 펼쳤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이 처장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라고 말하자, 이 처장은 "절대 기소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 처장은 앞서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과 만난 뒤 휴대폰을 교체했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과 공수처에 고발돼 있다.

이 처장은 '헌법재판관이 재판받으러 다니는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거취는) 기소가 되면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이 답변에 "대통령 파면에 연루됐는데 욕심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판관 임명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처장은 헌법재판관 인사 검증 동의서 제출 요구 시점에 대한 질문에 "7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균택 의원은 "월요일에 인사검증 동의를 받고 화요일에 (지명) 발표가 된 건 군사작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행위뿐만 아니라 이 처장의 내란 방조 등 혐의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로 감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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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 처장을 압박하는 한편,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도 착수했다. 법사위는 민주당 주도로 이번 사안부터 대통령 궐위 또는 직무정지 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이 법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다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에는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자신의 형사 사건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인 윤모씨와 홍모씨를 대리해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 지명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27조 1항을 위반해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곽주은 인턴 기자 jueun1229@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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