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열린 ‘2024 인천디지털교육 페스티벌’에서 한 교사가 인공지능 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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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초3·4, 중1, 고1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교과서가 도입됐지만, 학기 시작 한달이 넘도록 학생 10명 가운데 4명은 인공지능 교과서 접속을 위한 회원가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졸속 도입 논란이 일었던 인공지능 교과서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인 김차명 교사(경기 광명서초)는 인공지능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들을 ‘회원가입’시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인공지능 교과서를 활용하기 위해선 전자우편 인증 등을 거쳐 ‘교육디지털원패스’(원패스)에 가입해야 하고, ‘인공지능교과서 포털’에 로그인한 뒤 교과서별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해야 한다. 만 14살 미만은 보호자 동의가 필수다. 김 교사는 9일 한겨레에 “원패스에 가입해도 초3 학생들은 영어로 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금방 잊는다. 어찌어찌 접속을 하면 교과서 포털에서 개인정보 제공 학부모 동의를 거쳐야 해 이를 또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을 전원 가입시킨다 해도 난관은 남아 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일부 태블릿피시(PC)는 이어폰이 연결되지 않거나 전자펜이 없어, 인공지능 교과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김 교사는 “‘진짜 의지를 가지고, 반드시 해야겠다’ 정도의 마음이 있어야만 인공지능 교과서를 교실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아직 가입을 마치지 않은 교사들은 진도 나가기도 바쁜데 이걸 굳이 써야 하냐는 반응도 있다. (교사 신뢰조차 얻지 못한 채) 너무 서둘러서 정책을 진행한 것 같다”며 “차라리 2028년쯤에 도입됐다면 지금처럼 난리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활용률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인공지능 교과서를 도입한 학교 학생 가운데 원패스에 가입한 학생 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59.9%에 그쳤다. 중1은 59.4%, 고1은 72.4%였지만, 가입 절차에 학부모 동의가 필요한 초3은 53.8%, 초4는 53.4%로 더 낮았다.
활용률이 떨어지니 예산 낭비 지적이 뒤따른다. 인공지능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에서 원패스에 가입하지 않은 학생은 23만3245명인데, 학생 1명당 월평균 인공지능 교과서 구독료 5665원을 곱하면, 사용도 못 하고 지출된 구독료가 월 13억여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러 과목을 선정한 경우엔 낭비된 구독료는 수십억원에 이를 수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활용률은 떨어지는데, 구독료는 구독료대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뒤늦게 현장 상황을 접수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패스 가입에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한 화면에서 개인정보 제공 동의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이번주 안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전자펜 등 인프라 문제는 예산은 반영돼 있지만, 학기 초라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단계로 학교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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