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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은 좀 떨어지려나”...美관세폭탄에 국제유가 4년만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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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6달러선까지 하락
SK·GS 등 1분기 적자 예상


관세전쟁 격화에 따른 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8일(현지시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2.82달러로, 전장보다 1.39달러(-2.16%) 하락했다. 사진은 9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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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정유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실적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유가하락에 대응하며 사업 다변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2.22% 하락한 배럴당 59.1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약 4년 만의 최저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상호관세와 그에 따른 보복관세가 원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결국 공급량에 비해 수요 둔화 가능성이 가격하락의 결정타가 된 셈이다.

국내 정유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정유사들은 다시 한번 실적 부진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6.1달러로, 3월 첫째 주의 8.7달러 대비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를 뺀 수치로, 보통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최근 마진이 6달러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정유업계 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원유 재고의 자산 가치가 하락해 회계상 손실로 이어지는 ‘재고 평가손실’ 가능성도 커졌다.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증권가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약 1000억원대로 예상되며 작년 동기 대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 부문만 따지면 영업손실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SK에너지도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태다. 이에 정유사들은 유가하락 추세를 예의주시하며 관련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했다고 곧바로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전략을 수정할 순 없다”며 “다만 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상황 장기화에 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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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유업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유가 하락 후폭풍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11월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아우르는 에너지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SK에너지는 연간 10만t 규모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체계를 갖추는 등 바이오 연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업 위축 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탓에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S칼텍스 역시 바이오 연료 외에도 수소,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무탄소 스팀 등의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신사업 특성상 본격 궤도에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 역시 각각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와 차세대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추진하며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상범 한국석유협회 실장은 “원유값 하락도 문제지만 전체적인 수요 둔화가 가장 큰 공포”라며 “며칠 새 급격한 유가 하락이 이뤄졌는데 석유 제품 가격 역시 즉각 반영되는 모양새인 만큼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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