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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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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냐” 세계적인 숙명의 라이벌...이번엔 전기차서 한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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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우주개발 뛰어든
세계 부호 1·2위 빅테크 거물
머스크 우세 속 베이조스 추격
인공지능 분야선 아마존 판정승


일론 머스크(왼쪽)와 제프 베이조스(오른쪽)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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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척의 꿈을 놓고 20여 년간 경쟁해온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분야에서도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8일(현지시간) 북미 최대 정보기술(IT) 온라인 매체 테크크런치는 베이조스가 비밀리에 미국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스타트업은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설립된 기업인 ‘리빌드 매뉴팩처링’ 내 프로젝트인 ‘리카(Re:Car)’로 시작됐으며, 2022년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투자를 유치했으며 첫 펀딩에서 베이조스를 비롯한 투자자 16명로부터 1억1000만달러 이상을 끌어모았다.

슬레이트 오토는 내년 말까지 2만5000달러(약 3700만원)짜리 2인승 전기 픽업트럭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을 시작하면 머스크 CEO의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에서 맞붙게 될 전망이다.

베이조스의 전기차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마존을 앞세워 2019년 2월 테슬라 대항마로 주목받던 리비안에 투자했다. 당시 대결에서는 머스크가 압승을 거뒀다. 테슬라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20%를 차지한 것과 달리 리비안 점유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지난해 3월 “리비안은 비용을 대폭 절감해야 한다. 경영진이 공장에 기거하지 않는다면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베이조스와 머스크는 전기차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우주 분야가 대표적이다. 비슷한 시기 블루 오리진(2000년)과 스페이스X(2002년)라는 민간 우주기업을 잇달아 설립한 두 사람은 20년 전 처음 만나 식사를 하면서 로켓 재사용 등 다양한 우주 기술에 대해 토론했다. 머스크는 당시 베이조스와의 만남에 대해 “베이조스에게 진심으로 좋은 조언을 해줬지만, 그는 대부분을 무시했다”며 “로켓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후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가 로켓 회수 기술특허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는 등 경쟁이 가열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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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쟁 구도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도 이어졌다. 2019년 스타링크를 설립한 머스크는 같은 해 아마존이 ‘프로젝트 카이퍼’를 통해 글로벌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트위터(현재 X)를 통해 프로젝트 카이퍼가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베꼈다며 베이조스를 ‘따라쟁이(copycat)’라고 혹평했다.

베이조스라고 가만히 있었던건 아니다. 202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달 착륙선 개발 계약에서 블루 오리진을 제외하고 스페이스X와 단독 계약을 체결하자 NASA 결정에 항의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스페이스X의 손을 들어주며 베이조스는 체면을 구겼지만, 심기일전 끝에 2023년 NASA의 달 착륙선 사업자에 선정되며 스페이스X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스페이스X가 스타십 7차 시험비행에 실패했던 지난 1월 16일에는 블루 오리진이 보란 듯이 발사체 ‘뉴글렌’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정반대다. 즉흥적이고 도전적인 머스크가 불같은 면을 갖고 있다면 신중하고 체계적인 베이조스는 물 같은 면이 있다는 평가다. X에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 사용을 즐기는 머스크와 달리 베이조스는 공식 석상에서도 절제된 발언을 내놓는다. 머스크가 베이조스 사업에 대해 수차례 조롱과 혹평을 가한 반면 베이조스는 2023년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유능한 리더”라며 “우리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분이 많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놓고도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9일 포브스 집계 기준 세계 1위 부호는 머스크로 자산이 전년 대비 75% 늘어난 3526억달러(약 523조원)를 기록했다. 2위는 베이조스로 자산 규모가 1891억달러(약 280조원)에 달했다. 머스크는 앞서 2021년 부호 순위에서 베이조스를 2위로 밀어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은메달과 숫자 2를 올리고는 “은메달과 함께 숫자 ‘2’를 새긴 거대한 조각상을 ‘제프리 B’(베이조스)에게 수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부호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머스크는 2023년 xAI를 설립해 대화형 AI인 그록 등을 선보이며 일반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노바, Q, 세이지메이커 등을 출시하며 기업 고객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AI 인프라스트럭처와 시장 영향력 면에선 베이조스가 우위에 있지만 머스크가 이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껄끄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머스크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리를 꿰차며 실세로 부상한 가운데 베이조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소유한 진보 성향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가 사설을 통해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하지 못하게 막았고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베이조스가 지난 2월 “(우리)신문 오피니언 지면은 이제 ‘개인의 자유’와 ‘자유 시장’이라는 두 핵심 가치를 옹호하는 글을 쓸 것”이라며 WP의 논조 변화를 예고하자 머스크는 X에 “브라보, 제프 베이조스!”라며 베이조스의 결정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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