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늦었지만 당연한 결론"
"권한 없는 한덕수가 자격 없는 이완규 지명"
"국힘, 尹출당·사과·반성 없다면 불출마해야"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당연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에도 헌재가 장기간 심리를 이어가며 국민적 판단보다 한참 늦은 결론을 내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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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혼자라도 잘 살아."
비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아내에게 덤덤하게 말을 건넸다. 독재정권의 매서운 바람을 함께 맞았던 사이였기에 아내는 그 말의 무게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속옷부터 챙겼다. 죽음을 각오한 자의 오랜 습관이다. 수도 없이 끌려가던 경찰서, 그 싸늘한 바닥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잡혀가면 옷이 벗겨진다. 고문을 당하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마지막 남는 건 속옷 한 장이다. 남루한 속옷으로 누워있는 건, 아마 죽어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일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 서원)은 그날부터 시작된 일련의 과정을 '내란'으로 단호히 규정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은 넘길 수 없는 선을 건넌 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왕정 통치'로 평가한 그는 "단 한번도 야당과의 협상이나 타협을 하려 하지 않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팩트>는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나 비상계엄 선포부터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그리고 정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의원이 4.10 총선에서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시점으로 그간의 의정 활동과 정치적 신념을 되짚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헌재의 늦은 결론을 두고 "마치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을 봐주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함으로써 헌법적 권위를 훼손한 부분에서 속이 상했다"라고 토로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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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국회 주변은 통제불능이었다. 군인과 경찰 그리고 이들을 막으려는 시민이 뒤엉킨 아수라장. 이 의원은 그 현장을 단숨에 떠올렸다.
그는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87년 6월 항쟁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민주주의를 지킨 건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에 의해 민주주의는 지탱되는 걸 그때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당연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에도 헌재가 장기간 심리를 이어가며 국민적 판단보다 한참 늦은 결론을 내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쉬운 말로 잘 써져 있어서 학생들도 이해가 쏙쏙 될 만큼 명징했잖아요. 간명하고 원칙적인 얘기인데 왜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끌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치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을 봐주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함으로써 헌법적 권위를 훼손한 부분에서 속이 상했달까요."
이 의원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을 지명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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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1호 당원인 윤석열을 출당시키고, 헌법 파괴 세력과는 절연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사과와 반성을 하면 진정성이 생기지 않겠나"며 "헌정질서를 마비시키려 했던 대통령을 낸 정당으로서 이번에는 대선에 후보를 출마시키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고 본다"며 "저 정당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통성에 흠결이 생긴 걸 용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의 해산 사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런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도 국민 뜻에 반하면 날아갈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라도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심판하지 않습니까. 야당이 줄탄핵을 했다면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이어져야 하는 거죠. 그런데 야당에게 192석을 줬다는 건 줄탄핵을 당할 만큼 당신들의 협상력은 부족했고, 설득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거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었지 않을까요. 국민의 뜻을 배신하고 이에 순응하려 하지 않은 책임이 더욱 큰 것이죠."
이 의원은 이번 윤 전 대통령 파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체로 시민들을 다시 언급하며, 특히 거리로 나온 2030 청년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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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이번 윤 전 대통령 파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체로 시민들을 다시 언급하며, 특히 거리로 나온 2030 청년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386 세대의 소임은 거의 끝났구나 했다. 새로운 세대에게 길을 터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광장의 젊은이들을 제도권으로 어떻게 흡수하고, 또 이들이 외쳤던 요구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반영하느냐, 두 가지의 과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제가 교두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시기적으로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지금은 내란 수습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국민투표법부터 바꿔야 하는데 개헌만 하자고 한다. 법 개정의 의지가 없으면서 개헌을 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지금 내란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개헌 얘기를 하는데 진정성 있는 얘기가 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충북도의원 출신으로 풀뿌리 정치에 관심이 깊은 이 의원은 지방자치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철학을 드러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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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지방자치 30년을 돌아보며 "과거 30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활시킨 지방자치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읍면동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대가 돼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특히 이번 계엄 사태에서 풀뿌리 정치의 집단적 대응이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조명이 잘 안 됐는데 지방 기초의원들의 참여가 조직적으로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풀뿌리 정치인들까지 12·3 내란에 대한 저항에 참여했던 이런 흐름이 이제 새로운 30년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봅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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