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사회부 기자 |
“탄핵을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물어볼 곳이 없어요. 뉴스 보는 것 말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그럴 데가 없어서 일단 나와봤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달 1일, 현장에서 만난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두 명이 말했다. 12·3 비상계엄 뒤 약 4개월간 사회 곳곳에서 탄핵과 관련한 많은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중 가장 뜻밖이었다. 확신에 차 구호를 외치는 어른들 속에서 두 학생은 대화와 균형을 찾고 있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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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10대는 정치를 체득할 광장이 없다. 교과서엔 정치 참여 방법으로 캠페인, 자치 활동, 집회 활동 등이 나오지만, 학교에서 이런 기회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일부 교사는 민감한 주제를 언급하길 꺼리고, 또 다른 일부 교사는 편향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제대로 가르치는 어른이 없으니 자치 활동은 더 어렵다.
학교 밖은 더 심각하다. 시민 교육의 장이 돼야 할 집회는 분열의 광장이 됐다.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고 분노하는 데 에너지를 분출한다. 집회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 탄핵 국면에서 정치인들도 ‘깡패’, ‘미치광이’, ‘양아치’ 같은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내긴 마찬가지였다.
2019년 국회가 공직선거법(제15조 1항)을 개정해 만 18세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을 때, 10대도 정치적 판단력을 갖추고 정책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졌다. 우리 정치·사회의 민주화 정도와 교육 수준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전제 덕이었다.
김선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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