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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을 청정에너지 메카로”… 수소 생산-탄소 포집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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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여수] ‘미래 수소허브’ 광양만

철강-석유화학 집중된 지역 산업… 탄소 감축 위해 수소 산업 키우기로

여수 산단 가까운 율촌 물류단지 내 대규모 수소 생산-발전 공장 세우고

탄소 활용-저장 클러스터 구축 계획

기업 공동 인프라로 활용할 땐, 비용 적고 효율적으로 탄소 감축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율촌 융·복합물류단지(조감도)에 대규모 수소 생산·발전 및 탄소포집·액화 공장 및 시설을 건립하는 등 탈탄소화를 통해 청정에너지 메카로 육성할 방침이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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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光陽灣)은 전남 여수와 광양, 순천에 걸쳐 있는 바다다. 광양만은 1969년 산업화를 시작하기 전까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어촌이었다. 광양만 주변 여수반도와 경남 남해는 먼바다에서 밀려드는 거친 풍랑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광양만 바다는 그래서 항상 잔잔해 하역(荷役) 작업이 연중 가능하다. 수심 13∼43m의 자연 수로가 있어 초대형 선박의 출입이 자유롭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 덕분에 광양만 남쪽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수국가산업단지가, 북쪽에는 광양제철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광양만 일대의 석유화학과 철강기업, 협력업체는 5000여 곳에 달하며 한국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광양만의 석유화학·철강기업들은 내수 부진, 관세 이중고 등 각종 경제 악재뿐 아니라 탄소 감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청정에너지 수소 사용과 탄소 감축이라는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박기영 순천대 의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석유화학, 철강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들 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도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각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양만 권역을 탄소 감축을 위한 세계적 수소 허브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양만 수소 허브 육성 절실

전남은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집중된 지역이다. 전남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8000만 t으로 전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17∼18%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 산업 분야의 약 50%가 지속적인 탄소 감축 압력에 놓여 있다.

전남테크노파크 관계자는 “2030년까지 산업 분야에서 탄소를 11.4% 감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탄소배출량 감축은 EU 등 해외 수출 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탄소중립 제품의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 감축을 위해 각종 제품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남도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수소 산업을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전남도는 광양만 권역에 1500억 원 규모의 전국 최초 수소 배관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것도 전남만의 강점이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크게 그린수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로 나뉜다.

그린수소는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순수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지만 생산비용이 높은 편이다.

그레이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해 얻는 개질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생산 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로 구분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생산 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수소를 뜻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을 글로벌 수소 경제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싱가포르가 원유 거래의 세계 중심지인 것처럼 전남을 수소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광양만권 화학·철강 중심 국가산단을 그린산단으로 탈바꿈시키고 동·서부권에 조성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와 연계해 청정수소 생산·발전단지를 조성, 전국 최초 청정수소 공급 배관망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여수 율촌산단 수소 허브 구축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광양만권에 탈탄소·청정수소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과 협력해 수소 허브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 여수산단과 인접한 율촌 융·복합물류단지에 대규모 수소 생산·발전 및 탄소 포집·액화 공장과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수소 허브는 여수시 율촌면 율촌 융·복합물류단지 약 3만3000㎡(100만 평) 중 약 25만 ㎡(7만6000평)에 조성된다. 수소 생산 및 발전, 이산화탄소 포집·화학·액화 설비 공장은 2031년 이후 완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탄소 감축과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율촌 융·복합물류단지 내에는 연간 300만 t의 탄소를 포집·활용·저장(CCUS)하는 클러스터 구축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 업계가 직면한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여수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CCUS 클러스터에서는 각 생산 공정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배관을 통해 이송하고 이를 액화한 후 저장·활용한다. 개별 기업이 독립적으로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이 아닌 여러 기업이 공동 인프라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기업별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감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탄소 감축이 절실한 여수산단은 CCUS 클러스터 구축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탄소를 효과적으로 포집하고 저장하는 데 필요한 배관망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기업 간 공용 인프라 활용도 가능해 운영 효율성이 높다.

해외 CCUS 클러스터 사례를 살펴보면 공장과 액화·터미널 시설이 근접해 있어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이스트 코스트 클러스터’, 네덜란드의 ‘포르토스 프로젝트’, 노르웨이의 ‘롱십 프로젝트’ 등은 공장과 탄소 터미널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또 노르웨이의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는 배출원의 지리적 분포에 따라 배관망과 선박 운송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율촌 융·복합물류단지는 여수산단과의 인접성을 바탕으로 CCUS 클러스터 구축 이후에도 지속적인 확장이 용이하다는 강점을 갖는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에너지 전환과 탄소 감축을 위한 신사업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한 CCUS 클러스터 구축이 석유화학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CCUS 클러스터 사업은 단순한 탄소 감축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민간 기업, 지역 자치단체, 중앙정부가 협력해 여수산단 지역의 탄소 감축 달성과 산업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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