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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선진국 클럽’ 한국 가입, 내년 4월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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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준비 기간” 요구에 5개월 연기

80조원 유입 환율안정 효과 늦춰져

일각 “탄핵 정국 등 투자자 우려 반영”

기재부 “완료 시점 내년 11월 그대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일 가능성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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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연기됐다. 560억 달러(약 83조 원) 이상의 투자금 유입으로 기대됐던 환율 안정 등의 효과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일각에선 계엄 사태 등 한국의 정치 불안에 따른 투자자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한국 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만큼 준비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WGBI 편입 5개월 연기, 일본 투자자 요구 반영

동아일보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 시간) ‘2025년 3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내년 4월로 5개월 늦췄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와 함께 양대 ‘국채 선진그룹’으로 꼽힌다. 추종 자금은 2조5000억∼3조 달러(약 3700조∼4400조 원)에 이른다.

WGBI 편입은 늦어졌지만 편입 완료 시점은 내년 11월로 유지된다. 당초 올해 11월 WGBI에 편입돼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내년 4월 편입된 후 분기가 아닌 매달 편입 비중을 높여 내년 11월 편입을 마칠 전망이다.

편입이 연기되면서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 관련 기대효과도 미뤄졌다.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 달러(약 83조 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번 편입 시점 변경이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의 WGBI 편입 비중은 9.9%로 미국(42.8%)과 중국(10.2%)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WGBI 예상 편입 비중은 2.05%로 전체 편입 국가 중 9번째 규모로 예상된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편입 개시 시점은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한다”며 “일본은 국채를 주문하려면 우리와 달리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테스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일본 투자자들이 제시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는 게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고 제도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단기적 환율 영향… 증장기 시장 영향은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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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WGBI 편입이 결정된 뒤 편입 시점이 연기된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높은 수출 의존도와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 혼란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고, 결국 편입 연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채 시장 자체의 문제였다면 편입 시기 조정이 아닌 편입 완료 시점 연기 등 다른 옵션을 택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연기에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FTSE 러셀은 제도 개선을 요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장과의 소통, 확고한 개방 의지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WGBI 편입 연기가 채권 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단순히 연기된 것일 뿐 전체 규모가 줄어들진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WGBI 연기보다 코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과 대통령 선거 등의 영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A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시장에서는 악재로 인식은 하고 있지만 편입 연기보다는 관세와 대선, 기준금리 결정이 채권 시장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B 자산운용사 채권 담당 임원은 “편입의 시기가 조율된 상황이라 시장의 영향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내년에 편입이 시작될 때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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