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반사적 활용'은 이제 기본"
성과 평가에 AI 활용 여부도 추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사적인 인공지능(AI) 활용은 이제 쇼피파이에서 기본적인 기대사항입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캐나다 기반 기업 '쇼피파이'(Shopify)의 최고경영자(CEO) 토비 뤼케가 전 세계 8,000여 명의 직원에게 메모를 보냈다. 쇼피파이는 누구나 온라인 상점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수백만 개 기업이 쇼피파이를 통해 쇼핑몰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뤼케는 '모든 업무에 AI를 무조건적으로 사용할 것'을 주문하며, 앞으로 AI의 활용은 플러스 요소가 아닌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고 이 글에 썼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게도 기존보다 10배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멋진 동료(AI 도구)와 함께 일하고 있다"며 "더 놀라운 건 그 도구들 자체도 10배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따라서 일에 AI를 활용하면 100배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22년 말 챗GPT 열풍이 시작된 이래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도입해 왔다. 그러나 익히 이름이 알려진 기업 가운데 AI 활용을 사실상 강제한 건 쇼피파이가 처음이다. 테크업계에서는 쇼피파이가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어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정돼야 채용
뤼케는 새로운 기조에 맞춰 인사 시스템도 손보겠다고 밝혔다. 우선 "성과 평가 및 동료 리뷰 설문에 AI 사용 관련 문항을 도입하겠다"고 언급했다. 많은 사람이 AI가 원하는 결과를 바로 내놓지 않으면 활용을 포기해 버리는데, 이를 막기 위해 AI를 꾸준히 잘 활용하고 있는지를 평가 지표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추가 인원과 자원을 요청하기 전에 AI를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없는 이유를 먼저 명확히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으로는 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인정되는 자리에만 신규 채용을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메모가 외부로 유출돼 큰 화제가 되자, 뤼케는 지난 7일 자신의 공지 내용을 구인·구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직접 게재했다. 그의 글은 이틀 만에 300만 회 가까이 조회됐고, 열띤 찬반 논쟁을 불렀다. 미국 벤처캐피털 아덴트벤처스의 댄 프라이스 파트너는 "지금까지 CEO들이 발표한 AI 관련 메시지 가운데 가장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글"이라며 "이것이 바로 AI 시대의 리더십"이라고 평했다.
AI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장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주문에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이다. 챗GPT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HAI "AI, 업무 성과 간 격차 줄여"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가 지난 7일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는 AI 활용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최근 연구 결과 5건을 근거로 △AI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업무 성과 간 격차도 줄여준다고 밝혔다. 한 조사에선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면 주니어 개발자의 경우 생산성이 최대 40%, 시니어 개발자는 16% 증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내 연구에서는 AI가 이메일 처리 시간을 줄여주고 비영어권 사용자의 정확도, 보고서 작성 시 핵심 정보 포함 비율 등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I 활용 확대는 채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HAI는 "아직까지 AI가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친 구체적 사례는 제한적"이라면서도 "루마니아 설문조사에서는 참여 기업의 43%가 'AI가 채용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의 경영진 대상 조사에서도 채용이 줄 것이라는 응답 비율(31%)이 증가를 예상한 비율(19%)보다 높았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