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전면 발효 13시간 만에
대중 관세 125% 즉시 발효…中에 화력 집중
금융시장 혼란·경기침체 경고음 의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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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25%로 올리고 다른 나라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했다. 이날 자정 직후 상호관세를 전면 발효한 지 약 13시간 만의 전격 후퇴다.
이번 상호관세 유예는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관세폭격으로 미 주식·국채 투매가 속출하는 등 금융 시장 혼란이 커지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나왔다. 관세 전선을 대미 보복을 선언한 중국으로 좁히고, 대중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 올려 미·중 관세 전쟁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칼날이 중국을 겨누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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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중국은 세계 시장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125%로 올리고 즉시 발효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고, 국가별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교역국에 '10%+α'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5일 10%의 기본관세를 먼저 발효한 뒤, 9일 자정 직후부터는 국가별 관세·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α'의 추가 징벌적 관세를 발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전면 발효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기본관세 10%만 적용하고, '+α'의 관세 부과는 석 달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에 '맞불관세'를 놓은 중국에는 당초 34%의 상호관세에 더해 1차 재보복으로 50%, 2차 재보복 조치로 21%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이날 대중 추가 관세율을 트럼프 2기 집권 후 누적 총 125%로 올렸다.
무엇보다도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위기는 물론 금융 위기까지 동시에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나라에 상호관세를 전격 유예하는 방식으로 관세 정책에서 후퇴한 결정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최근 금융 시장에서는 주식 투매에 이어 세계 최고 안전 자산인 미 국채 투매 물량까지 쏟아졌다.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30년물 수익률은 최근 3거래일 동안 약 50bp(1bp=0.01%포인트) 치솟았다.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한 거래의 청산 압력이 커지고 이는 유동성 고갈, 나아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상호관세 유예 이유와 관련해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며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에 보니 사람들이 좀 불안해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총괄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을 기용한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금융 시장 혼란 완화와 관세 협상을 염두에 둔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월가 출신으로 그동안 유연한 관세 정책을 주장해 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격이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이 '단명'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발효 후 각국과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상호관세 유예와 관련해 "각국에 대한 해법은 맞춤형으로 할 텐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해 90일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상호관세 유예와 관련해 "보복 대신 협력하겠다고 말하는 국가들이 아주 많다"며 "대통령은 이들 국가와 협상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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