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대법 일축에도 다시 고개
대선 앞두고 선동 움직임까지
선관위원장 “투개표 투명 공개”
전문가 “오해 생길 틈 줄여야”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끝난 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 차려진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를 투표지 분류기에 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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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에 대한) 피청구인의 판단은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4일 부정선거 의혹 등을 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장을 기각하며 이같이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주장하고 있는 의혹 중에는 2020년 실시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접착제가 묻어 있는 투표지, 투표관리관인 인영이 뭉개진 투표지 등 의혹이 제기돼 이미 검증·감정을 거쳐 법원의 확정 판결로 그 의혹이 해소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은 이미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실제 대법원은 2022년 판결을 통해 2020년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주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확정된 6·3 대선에 대해서도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부정선거가 벌어질 것”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에 부정선거 관련 현수막이 내걸리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선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론이 퍼지는 걸 막으려면 일반인들이 가진 오해가 생길 틈을 줄여야 한다”며 “사실이 아니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 끝내자] 〈상〉 ‘투표지 분류기’ 논란 해소하려면
① 보안전문가 등 참여 점검-감시
② 정당 참관인 수검표 직접 참여
③ 선관위, 개표 과정 녹화 보관… 투명성 강화로 오해 소지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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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을 뽑는 6·3대선이 확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로 부정선거 주장에 실체가 없다는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졌지만 일각에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선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방치하면 6·3대선 이후에도 선거 결과 불복에 따른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아일보는 6·3대선을 앞두고 전문가들과 함께 3회에 걸쳐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안을 제안한다.》
“자동 분류된 투표지를 재개표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의 표가 섞인 적도, 득표 결과가 뒤집힌 적도 없었다. 다만 개표사무원이 집계를 마친 투표지를 100장씩 고무줄로 묶어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확인이 필요한 투표지 일부가 합쳐지자 이를 다시 분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 근거 없는 투표지 분류기 조작 의혹
선관위는 항의 방문한 유튜버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설명했지만, 이 사건은 곧 부정선거론자들을 통해 대표적인 부정선거 사례 중 하나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들은 특정 세력이 투표 분류기를 해킹해 개표 결과를 조작했다가 이를 수상하게 여긴 개표 참관인의 지적을 받고 재개표하자 득표 결과가 뒤집혔다고 주장했다. 유튜브에선 이 사건에 살을 붙여 민주당 후보가 해당 개표소에서 180표를 받았다가 재개표 결과 159표로 줄어들었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가 ‘쇼츠’ 형태로 제작돼 유포됐다. 보수 유튜버들은 이 사례를 소개하며 “‘투표지 분류기가 이상했다’는 개표 참관인들의 증언이 쏟아진다” “부여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비슷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책에도 이 사례가 거론됐다.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이 유튜브 등을 타고 음모론의 형태로 일파만파 확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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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기 조작 의혹은 2020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일각에선 유효표를 미분류표로 분류하는 등 투표용지를 섞어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선관위를 비롯한 보안 전문가들은 해킹 가능성에 대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분류기에서 무선랜카드를 제거해 통신을 단절시키기 때문에 외부에서 시스템을 공격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국정원 보안 점검 이후 투표지 분류기는 인가된 보안 USB메모리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악성코드를 심은 일반 USB메모리를 꽂을 경우엔 작동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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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표 과정 투명성 강화로 오해 소지 줄여야”
전문가들은 확산하는 부정선거 의혹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개표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선관위가 정당과 보안 전문가, 학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정 검증단’을 구성해 투·개표 전 과정 전반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선관위는 개표 참관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투표 분류기 해킹 등 부정선거 음모론이 계속되는 만큼 매 선거마다 검증단을 통해 투·개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점검하고 이를 백서 형태로 공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헌법기관으로서 감시가 소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감시 역할도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선관위가 개표소별로 투표지 분류기를 통한 개표 과정을 녹화해 보관하는 것도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정선거 시비가 생기면 해당 개표소의 영상을 법원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선관위가 근거를 남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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