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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스타 마케팅 공들이는데… 돈 안 들인 경쟁사와 효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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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광고(위)와 지난해 2월 가수 임영웅이 기용된 하나은행 자산관리 광고. /우리은행·하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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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톱스타를 간판에 내세우며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연예인 광고 후 눈에 띄는 상품 판매 효과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은행 내부에선 연예인을 내세워 반짝 관심을 끌 수 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지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스타 마케팅이 은행의 단기 성과로 직결되기보다 장기적인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10일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78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35억원 증가한 수치다. 최근 은행들은 광고 예산을 늘리는 가운데 1사 1모델에 그치지 않고 한 은행이 여러 연예인을 동시에 기용하는 멀티 캐스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축구국가대표 손흥민, 아이돌 안유진 등을 모델로 둔 채 올해 초 가수 지드래곤을 새로 영입했다. 우리은행도 가수 아이유, 아이돌 그룹 라이즈 등의 기존 모델진에 아이돌 아이브의 장원영을 추가했다.

은행들이 스타 마케팅에 거액의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 전략이 매번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는 않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중 아이유를 내세운 퇴직연금 상품 광고를 공개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처음 시행되는 시기로 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고객 뺏어오기에 심혈을 기울이던 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동안 퇴직연금 적립금을 2조원 늘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아이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같은 기간 IBK기업은행은 스타 마케팅 없이 적립금 2조1000억원을 늘렸다. 두 은행의 성과를 비교하면 아이유 광고는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마케팅이었다.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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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자산관리도 하나뿐인 내 편’이라는 문구와 함께 가수 임영웅을 활용한 광고를 대대적으로 집행했다.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임영웅 굿즈(기념품) ‘오픈런’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임영웅 기용 후 자산관리 상품 판매로 인한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임영웅 광고 첫 선을 보인 지난해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은 3396억원으로 2023년 대비 77억원 증가했다. 2023년 연간 증가폭이 378억원임을 고려하면 임영웅 기용에도 증가 폭은 오히려 줄은 셈이다.

스타 마케팅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은행권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상품 판매 실적이 광고 모델 덕분인지, 상품 혜택이 좋아서인지, 무 자르듯 엄밀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 상품 판매는 시장 상황, 재테크 트렌드, 각 은행의 사업 밀어주기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보 연예인에 따른 광고 효과가 커 은행들의 광고비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업 특성상 스타 마케팅의 약효가 곧바로 나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스타 마케팅은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 자주 출시되는 산업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금융은 상품 유형이 제한돼 있기에 스타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금융은 신뢰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은행들은 단기 성과 보다 장기적인 이미지 구축을 염두하고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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