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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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기초학력 보장 예산을 2023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17개 시도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예산도 2023년보다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일선 학교에선 관련 프로그램이나 수업 시수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교육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초학력 에산을 축소하는 것이 교육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조사회답한 내용을 보면, 기초학력 보장과 관련된 정부 예산(특별교부금)은 올해 1298억원이 편성됐다. 기초학력보장법이 시행된 2022년 4730억원에서 2023년 5411억원으로 늘었다가 올해는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예산 축소는 당초 정부 계획이나 기초학력보장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 교육부는 2022년 11월 공개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에서 2024년 5872억원, 2025년 6280억원으로 기초학력 보장 예산을 늘리기로 계획했다. 기초학력보장법 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시책의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부가 기초학력 보장 예산을 줄인 여파로 17개 시도교육청의 올해 기초학력 예산은 2년 전보다 56.9%나 줄었다. 경기(-79.0%), 서울(-46.1%), 대구(-47%) 등 13개 시도교육청에선 기초학력 예산 감소율이 컸다. 다만 교육감이 기초학력 보장에 의지가 있는 지역은 자체적으로 정부 예산 감소분을 메웠다. 울산(50.2%), 세종(8.9%), 강원(92.2%)은 기초학력 예산 편성을 크게 늘렸다. 강원교육청은 2023년 62억원에서 올해 120억원으로 기초학력 보장 예산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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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보장과 생활·정서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 ‘두드림학교’를 이용했던 학생들이 당장 타격을 받았다. 두드림학교에선 기초학력을 비롯한 학습지원이나 정서와 심리, 물품지원이 이뤄진다. 대구의 한 초등교사 A씨는 “올해 두드림학교 예산이 교육청이 아닌 학교 자체 예산으로 편성됐는데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수업 시수가 줄고 수업대상이 축소됐다고 했다. 이 학교의 교사 B씨는 “지난해까진 기초학력 ‘학습 도움닫기 사업’을 1~6학년에서 교사 희망에 따라 지원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3학년으로 한정됐다”며 “예산이 줄면서 지원 대상이 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교사들은 교육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고교학점제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기초학력에 신경쓸 필요가 크다고 했다. 올해 고1 교사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고교학점제에서 기초학력 부진이나 출석미달로 진급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학생이다. 서울 성동구의 고교 교사 D씨는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끌고 가려면 보충지도가 불가피한데 학생 1명당 10시간 넘게 필요할 것”이라며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보충수업 등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정부 고민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기초학력 보장에 무관심해질수록 교육격차나 교육불평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초등 저학년에서 교육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상급학년으로 진학할수록 누적된 차이를 해소하기 어렵다. 경남 진주의 12년차 초등교사인 신상운씨는 “초등학생은 1~2학년 때 기초학력을 잡지 않으면 점차 학습격차가 벌어지고 아예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겨버린다”고 했다.
유성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학력 보장은 그 자체로 필수적이지만, 미래의 여러 활동을 위한 기반이자 토대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학교 밖에서 만들어진 교육격차나 사회적 불평등을 좁히는 역할을 하는 게 학교인데, 예산 삭감 기조에선 학교가 오히려 불평등을 키우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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