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 시스템 바뀐 뒤
장기미제 사건 급증…국민 피해 커져
신뢰회복 위한 보완대책 마련돼야
9일 오후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YK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배성범 전 고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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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수사, 과거보다 현저히 지연된 수사, 거기에 재판 지연까지 정말 큰 문제입니다."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배성범 전 고검장은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밖에 나오니 보이더라"며 이렇게 말했다.
창원지검장, 광주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법무연수원장(고검장)을 마지막으로 27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난 그는 공직자윤리법상 대형 로펌 취업제한 기간(3년)이 풀린 지난해 법무법인 YK에 형사총괄 대표변호사로 합류했다.
배 전 고검장에게 최근 5년 사이 크게 달라진 형사사법 시스템을 일선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소감을 물었다. 퇴임 후 그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을 떠난 2021년을 전후해 형사사법 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 이후 그 권한과 절차가 크게 바뀐 수사기관뿐 아니라 형사 절차의 당사자가 되는 일반 국민들도 큰 혼선과 불편을 겪어 왔다고 본다. 경찰이 수사 주체로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기대한 측면이 있겠지만, 사건 당사자인 국민들로서는 수사 단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수사, 재판 등 사법절차의 전반적인 진행이 심하게 지연돼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법조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다.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수사 실무상 검찰, 경찰 간에 사건 이송을 반복하는 등 수사가 예전보다 크게 지연된 사례가 많고, 6개월 이상 수사 중인 장기미제 사건이 통계상으로도 형사법 개정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아 고소한 사건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이의제기 절차,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와 이송 등이 반복되면서 절차의 복잡성과 수사 주체가 수시로 달라지는 문제에 대해 고소인이 큰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허다하고, 이는 피의자도 마찬가지다. 고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하면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한 것도 장애인 인권 등 공익적 고발 사건에서 인권 보호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수사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을 꼽는다면.
▲과거에는 검찰의 장기 미제 사건 기준이 3개월이었다. 그리고 검사가 수사 지휘를 통해 경찰로 사건을 내려보내더라도 자기 사건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경찰이 수사를 지체하면 검사가 사건을 갖고 있는 시간도 경과하는 만큼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고 미제 관리를 위해 수사를 독촉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 지침상 2개월이 지나면 경찰로부터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사유를 보고받아야 했고, 1년이 넘는 사건은 집중 감시 대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를 하고 나면 더 이상 자기 사건이 아닌 게 돼버린다. 나중에 다시 사건이 검찰로 오더라도 새로운 사건(신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경찰과 검찰 사이에 사건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 2년, 3년이 흘러버리면 고소인은 죽을 노릇이지만, 검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건번호가 붙은 신건이 돼버리는 구조다.
-재판 지연 문제도 지적했는데.
▲형사재판에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돼 법정 증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결과 재판이 심각하게 장기화되고 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게 돼 결국 참고인이든 증인이든 다 법정으로 불러서 진술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예 증언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고, 법정에 나온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지나 증언이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구속 피고인을 6개월 안에 재판하게 한 건 그것이 가능했던 사회적인 시스템하에서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건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재판이 길어져 구속 피고인을 일단 석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검찰 재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특수부, 조직범죄 부서에서 담당했던 사이비 종교 수사 등 조직범죄 사건, 고위공직자 비리나 주요 부패범죄 등 사회적 물의가 컸던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던 대형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조직범죄, 크게 논란이 된 엽기적 살인사건, 세월호 참사 직후 해운 비리 수사 등이 가장 고심했던 사건들이다. 수사 외에도 법무부 인권보호수사준칙 제정이나 성범죄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입법,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신설에 관여한 일 등이 공직 생활 중 특히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검찰에 근무하면서 기관장을 7번 역임했는데 극히 드문 사례로 알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YK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배성범 전 고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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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특별히 YK 행을 선택한 이유는.
▲법무법인 YK의 형사 총괄 그룹장으로서 기업의 경영권 분쟁, 배임 등 전형적인 기업 형사사건 외에 형사 분야에서 금융, 중대 재해, 노동 등 로펌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는 주요 사건의 자문과 변론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애초 형사사건과 송무에서 강점을 보여온 법무법인 YK는 근래 기업법무 전반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면서 2024년 말 기준, 전국 7대 규모의 로펌으로 성장했다. 특히 조세, 공정거래, 기업승계, 금융, 기업형사 등 분야에서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고 집중적인 인재 영입과 아울러 야간·휴일 상담시스템, IT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창의적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YK의 이러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목표에 공감해 합류하게 됐다.
-다른 로펌과 차별화된 YK의 강점은.
▲그동안 주요 로펌들이 일반적으로 서울 중심, 대기업 위주 법률서비스에 주력해 왔다면, YK는 다수의 중견·중소 기업과 지방 기업에 대한 자문, 수사상 조력과 송무에서도 대기업 못지않은 고도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대체로 독자 운영되는 다른 법무법인 분사무소와는 달리 YK의 전국 32개 분사무소는 변호사 배치와 직원 고용, 변론 수행 등이 완전히 일원화된 소위 ONE-FIRM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 주사무소에 설치된 기업총괄센터, 콘텐츠센터 등을 통해 지방 사건도 주사무소와 같은 수준의 자문과 변론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합동변론팀 구성이나 화상회의 등을 통해 의견서 작성, 조사 입회 등 수사 단계부터 법정 변론까지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변호사로 활동하며 느낀 점은.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의뢰인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한 공감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의뢰인 소통부터 사실관계 및 법리 검토, 변론 전반에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진정성을 갖고 변론하시는 분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변호사가 달라진 시대 상황과 변호사 수의 계속적인 증가, 법률 IT 등장 등에 대응해 생존하려면 일반 시민과 기업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부단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He is...
-마산고
-서울대 법학과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23기 수료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대검찰청 강력부장
-부산지검장 직무대리
-창원지검장
-광주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고검장)
-법무법인 YK 형사총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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