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中에 대응 집중하려는 전략…금융시장 불안 등 미국 내 상황도 감안
미중 2차 무역전쟁 향방 주목…中 협상 나설지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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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중국만 제외하고 90일간 전격 유예하면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다른 차원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보복관세'로 맞대응에 나선 중국에는 84%의 관세를 125%로 더욱 높이고, 한국을 포함해 협상을 제안한 약 60개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향후 90일간 10% '기본관세'만 부과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를 상대로 시작한 트럼프의 관세 전선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집중되는 한편 나머지 국가들과는 '협상' 국면이 본격 전개될 전망이다. 리더십 공백 속에 두 달 후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한국으로서도 전열을 정비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시간을 벌게 됐다.
미국은 이번 상호관세 유예를 계기로 중국의 과잉생산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부각하며, 중국을 코너에 몰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고, 그사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美무역적자 해소 협조 국가엔 유예…맞선 중국엔 '채찍'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날 오전 0시 1분부터 11~84%에 달하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효했었다. 또 앞선 5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했었는데, 기본관세만 우선 유지하기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보복 관세로 맞대응에 나선 중국의 관세율은 125%로 다시 한번 상향했다.
중국은 상호관세 34%에 맞서 동일한 34%의 미국산 수입품 관세를 발표했고, 이에 미국이 50%를 추가한 상호관세 84%를 발효하자 재차 84%의 맞불 관세를 발표했다.
국가별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취해진 이같은 조치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에 협조하는 국가에는 '관용'을, 맞서는 국가에는 더 강력한 '채찍'으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유일하게 같은 관세율로 보복한 국가다.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미국에 대한 부과 대상국의 공동 대응까지 촉구했는데, 하루도 채 안 돼 홀로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처지에 놓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에 참석해 기립 박수를 치고 있다. 2025.03.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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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무역전쟁 개전…美 내부 혼란 상황도 감안한 듯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그(트럼프)의 전략이었고, 심지어 중국이 불리한 입장에 몰리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국가 중국의 '과잉생산'이 초래하는 폐해를 전 세계 국가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한 발언과 같은 내용을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해 온 것처럼, 중국은 현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적인 경제이며, 미국 무역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에 문제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주 미국이 끔찍한 발표를 한 이후로, 이러한 (중국) 상품들은 이미 유럽에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공격에 맞서 다른 국가들과의 공동 전선을 형성해 미국을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면서 오히려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다.
베선트는 이날 10여 분간의 기자들의 만남에서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 국가인 '베트남'과 관련해 이들과 대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언급, 정치 체제를 떠나 미국과 대화하려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분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압박강도를 더해가면서, 중국이 대화에 나설지,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행동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시진핑 주석은 8~9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앙 주변공작(업무)'회의' 연설에서 "주변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관련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미국 내부의 상황도 트럼프의 이번 전격 유예를 이끌어낸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각국의 적극적인 협상 태도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이전부터 진행돼 온 분위기임을 감안하면 요동치는 금융시장과 미국 내부의 반발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증시 폭락 등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예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예민해지고 약간 겁을 먹고 있었다"며 "유연성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나는 채권시장을 주목하고 있었다"며 "채권시장은 매우 까다로워서 그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최대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가격이 투매로 인해 급락해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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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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