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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상호관세 90일 유예, 차기 정부가 협상하도록 판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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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맞불관세(84%)로 보복한 중국에는 관세를 125%로 올리고, 기본관세에 국가별 관세가 추가됐던 70여개국에 대해선 일단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낮춘 것이다. 한국도 당초 상호관세 25% 대신 90일간 10%만 적용받게 됐다. 한숨 돌렸지만 첩첩산중인 것은 여전하다. 트럼프가 관세에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문제 등을 연계시키는 ‘패키지 딜’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 상호관세의 다음 발효 시점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일(6월 3일) 이후로 잡힌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중국을 뺀 75개 이상 국가가 미국과 협상에 나섰으며 (중국과 달리)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국가별 관세 유예 조치를 밝혔다. 발효 시작(9일 0시) 13시간여 만이다. 이는 중국에 일단 화력을 집중함으로써 나머지 국가에는 ‘보복에 타협 없고 협상 외에 살길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한데 따른 충격 및 파장의 조절 필요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동맹을 대상으로 통상과 안보를 연계시킨 협상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트럼프는 백악관 행사에서 ‘유럽이나 해외에 있는 미군을 감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대해 비용을 내지만 많이 보전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것은 무역과 관계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며 “한 개의 패키지로 다 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첫 통화 후 올린 SNS 글에서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비용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고 했다.

트럼프 구상대로라면 한미 간 협상 범위는 통상, 안보, 군사, 산업, 자원 등을 아우른다. 대북 전략과 남북미관계와도 밀접히 연동된다. 그렇다면 한 대행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대미 협상을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주도할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과 논의 의제와 일정을 조율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정부·국회·민간 공동의 통상 대응 협의체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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