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태안 가족의 비극 그 후 1년 1형 당뇨병 정책 성과와 과제’ 정책토론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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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 |
“유치원생에게 수학의 정석을 가르치는 격이다.”
지난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태안 가족의 비극 그 후 1년 1형 당뇨병 정책 성과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1형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한 의료인은 이같이 말했다. 1형 당뇨병은 면역시스템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해 파괴한 결과 베타세포가 줄어들어 혈당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당 관리는 다른 당뇨병과 달리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인슐린 투여량과 시기를 정하는 게 환자 입장에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 의료인은 이를 교육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환자와 가족은 그 어려운 일을 일상에서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1형 당뇨병은 그동안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 온 질환이다. 최근 5, 6년 사이 혈당관리 비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2월 18세 이하 1형 당뇨병 환자들이 진료비 10% 정도만 부담하고 혈당관리 의료기기를 쓸 수 있게 됐다. 이 혜택이 성인 환자로 확대되면 건강보험 보장성의 마지막 퍼즐도 맞춰지게 된다. 여기에다 1형 당뇨병을 ‘장애’로 인정하는 정책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문제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이 쓰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가 간단하게 휴대하고 작동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슐린 주입량 세팅과 주입, 인체에 침습적인 소모품 교체 등 의료 행위에 준하는 활동을 환자 스스로 일생 동안 해야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환자가 안심하고 교육을 받을 기회는 많지 않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를 구입할 때 현금 급여(요양비) 형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사후 정산을 받는다. 인슐린펌프에 대해서는 사용 교육에 대한 비용이 별도로 매겨져 있지 않다. 환자가 의료기기 판매상을 통해 기기를 구입한 뒤 병원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배우기도 하지만 보통 의료기기 업체 등을 통해 배우고 스스로 익힌다. 환자 불편은 차치하고 기기를 부정확하게 사용할 위험이 뒤따른다.
병원과 의료진이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3시간 대기하고 3분 진료하는 국내 병원 현실에서 한 번에 최소 30분씩 걸리는 1형 당뇨병 의료기기 교육을 무료로 진행할 수 있을까. 대한당뇨병학회는 환자 불편을 덜기 위해 입원환자 대상 처방만이라도 병원에서 현물 급여(요양급여)로 지원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계획과 맞물려 1형 당뇨병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환이라는 오해와 함께 상급종합병원 진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과 응급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일부를 제외하면 1형 당뇨병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갑작스러운 저혈당 쇼크가 잦은 1형 당뇨병 환자로서는 당장 안전을 위협 받을 수 있다. 1형 당뇨병은 반드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의료기기 교육에 대한 수가를 지급하는 것은 어쩌면 기존 정책 틀에서 상당히 벗어난다. 하지만 1형 당뇨병은 기존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질환이다. 그렇다면 해법도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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