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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떼죽음 피한 게 정책 성과라는 정부…다른 이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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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산양 사망 31마리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
"기상·전년 대량 폐사 영향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로 인해 이동이 막힌 산양이 꽉 막힌 울타리 입구를 서성이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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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사망 수전년보다 크게 감소하면서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보호 대책의 성과로 내세우지만, 환경단체들은 기상 여건과 전년 급증한 폐사의 기저 효과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이 더 컸다고 지적한다.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상 기후로 인한 폭설 등 자연재해 발생 대비 산양보호 강화 대책'을 추진한 결과, 지난겨울(2024년 11월~올해 3월) 산양 폐사 신고 개체 수가 평년 수준(31마리)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 785마리보다 96% 줄어든 것으로 2019년(31마리), 2020년(21마리), 2021년(25마리), 2022년(27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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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먹이 공급과 순찰 강화

먹이 급이대를 이용하는 산양의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찍혔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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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은 산양의 주요 서식지를 양구·화천(국가유산청), 인제·고성·속초(이하 환경부), 울진·삼척 3개 권역으로 구분해 기관 간 중복을 방지하고 먹이 공급과 순찰 강화 등 사전 예방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인한 산양의 탈진 등을 막기 위해 먹이 급이대 80곳과 쉼터 22곳을 운영하고, 뽕잎과 무기물(미네랄 블록) 등 약 2만2,000㎏의 먹이를 공급했다. 또 급이대에 관찰카메라를 달아 산양의 이용 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립공원공단이 관리하는 인제·고성·속초 권역 급이대 15곳에서는 약 520회(무인카메라 중복 사진 제외), 울진·삼척 권역의 30곳에서는 약 1,200회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양구·화천권역의 57곳에서는 평균 4마리가 이용하는 것으로 관찰됐으며 이용 횟수는 분석 중이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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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지역에 설치된 산양 로드킬 주의 표지판에 산양이 아닌 염소가 그려져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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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권역별 먹이 급이대 산양 이용 현황은 3월까지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 중이며 결과는 올해 11월부터 시작할 동절기 산양보호대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더불어 구조가 필요한 산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순찰을 대폭 강화됐다. 설악산국립공원이 있는 인제·고성·속초 권역에서는 특별순찰대를 편성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 달 평균 160회 순찰했고, 다른 권역에서도 평균 70회가 이뤄졌다. 또 산양의 찻길 사고 예방과 탈진 개체 발견 신고 독려 등을 위한 현수막을 132곳에 설치하고 주요 도로에 문자 전광판으로 안내했다.

눈 덜 오고, 전년 다량 폐사 영향도

ASF울타리 미개방 및 부분개방 지점 산양 출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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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폐사 감소를 단순히 정책 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대책도 일부 작용했겠지만, 눈이 덜 내린 지난겨울 기상 여건 덕에 산양이 상대적으로 먹이를 구하기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이미 전체 개체 수의 최소 절반이 넘는 1,000마리가 죽은 탓에 수치상 '회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회복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양구·화천에는 새끼 산양이 확인되는 등 개체 수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설악산국립공원 등에는 산양 자체를 보기 어려웠다"며 "서식 여건 회복을 위한 정밀한 개체 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먹이 주기 정책에 있어서도 쏠림 현상 문제를 분석하는 한편 이 외 올무 제거 등 위험요인을 전반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양 폐사 수 비교.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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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44곳을 부분 개방하고,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이며 이 결과를 반영해 하반기 대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일보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로부터 받은 'ASF 차단 울타리 멸종위기야생생물 생태계 영향 조사'를 분석(본보 3월 20일 19면 보도)한 결과, 차단 울타리가 실제 산양 등 우제류의 이동을 막고 있는 반면 부분 개방한 지역에서는 야생생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어 울타리 개방이 이동 제한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중간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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