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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위해 만든 국가인권위는 어쩌다 尹의 '옹호자' 됐나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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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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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죽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면서 수많은 인권단체와 인권학자, 인권법학자들이 한목소리로 내놓는 탄식이다. 국가인권위가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고권력자의 인권만을 옹호하는 행태를 보여서다. 국가인권위는 왜 이렇게 된 걸까.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3편 국가인권위원회의 몰락에서 이 질문을 풀어봤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01년 11월 설립됐다. 올해로 24년 차다. 설립 목적은 모든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하는 거다. 권력기관도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중앙행정기관인데도 현행법(국가인권위원회법)상 대통령의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다.

인권위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유엔(UN)의 권고로 탄생했다. 유엔인권위원회가 1948년에 작성한 세계인권선언의 이념 등이 그 토대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권력자의 입김을 막아내지 못했다. 민주적인 정부 아래에선 인권위가 제 기능을 했지만, 권위주의적인 정부에선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의 파면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윤석열 정부에서 인권위는 권력자의 '충견忠犬'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초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동조자의 인권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인권위는 지난 1월 13일 '긴급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올렸다. 안건의 제목은 '계엄 선포로 인한 위기 극복'이었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내란 혐의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앞둔 윤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내란에 가담한 군 장성들을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월 10일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3월 10일 인권위가 발표한 결정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서울중앙지방법원,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등을 향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준수할 것,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심리 시 탄핵소추권 남용 여부를 적극 심리해 남용이 인정되면 즉시 각하할 것, 윤 전 대통령 등 계엄 선포 관련 피고인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재판할 것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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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앙지역군사법원과 서울고등법원, 국방부 등을 향해서는 계엄 선포 관련 피고인들(박안수ㆍ여인형ㆍ곽종근ㆍ이진우ㆍ문상호)의 불구속재판을 위한 보석 허가를 적극 검토할 것, 피고인들의 접견 제한과 서류 등 수수 금지를 해제할 것, 피고인들을 호송할 때 수갑이나 포승 등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권고했다.

쉽게 말해서 윤 대통령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으니 그 인권을 보호하라는 주문이었다. 당초 안건에서 언급된 '위기'의 주체가 국민이 아닌 윤 대통령과 그 수하들이었던 셈이다.

■인권위의 모순➊ 목적성 상실 = 인권위의 행보는 곧바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인권위의 시선이 '국민'이 아닌 내란 피의자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사실 불법 비상계엄령으로 인권을 침해당한 건 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국회다. 계엄법상 그 어떤 경우에도 국회에 군인을 보낼 수 없지만, 윤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 현장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인권위 역시 비상계엄 직후엔 여기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11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이를 위반할 경우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며 "계엄 선포 전후 모든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한 사례가 있었는지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태도는 그 이후 180도 달라졌다. 국민의 인권 침해 문제를 꼬집기는커녕 윤 대통령과 그 수하들의 인권 보호를 부르짖었다. "인권위가 누구를 위한 기관이냐"는 비판이 쏟아진 건 이때부터다.

■인권위의 모순➋ 사회 약자 보호 외면 = 이를 두고 누군가는 '윤 대통령도 국민의 한사람이니 인권 보호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론을 펼지 모른다. 타당하지 않다. 인권위의 설립 목적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다.

예산만 봐도 그 목적성을 엿볼 수 있다. 2023년 기준 인권위의 예산은 410억1300만원인데, 인건비(205억2100만원)와 기본경비(93억100만원) 예산을 뺀 111억9100만원이 실제 사업예산이다. 여기서 예산 비중이 가장 높은 사업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보호(24억1300만원ㆍ21.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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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권교육 활성화(19.6%)' '국내외 인권협력강화(17.4%)' '인권위 정보화(15.7%)' '인권제도 선진화(15.6%)' '인권감수성의 사회적 확산(10.1%)' 순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권위의 '대통령 옹호'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권력을 악용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윤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이 '사회적 약자'여야 한다. 어떤 국민이 이 논리에 동의할까.

문제는 인권위가 어쩌다 '윤석열의 하수인'을 자처했느냐는 거다. 여기엔 인권위의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박경태 성공회대(사회학) 교수(한국인권학회장)는 "인권위는 명목상 독립기구로 설립했지만, 완전한 독립기구로 거듭나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권력자가 인권위를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 우려가 이번에 가장 심각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이 이야기는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4편' 국가인권위의 몰락 下에서 이어나가 보자.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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