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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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전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무역의 격랑 속에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 두려워 하는 미국 기업들이 역설적으로 중국에 닻을 내리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중국 탈출’과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일부 기업에는 상호관세가 중국을 더욱 매력적인 생산처 내지 구매처로 만드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대체 생산기지로 각광받았던 베트남, 인도, 타이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던 동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주 상호관세 발표 뒤 미국 정부가 각국과의 개별 협상에 나서면서 정책 혼란이 이어지자, 기업들은 섣불리 공급망을 건드리길 주저하고 있다.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둔 대나무섬유 침구 제조업체 ‘모소 필로우(MOSO Pillow)’의 창립자 트래비스 루터는 “지금 기업들의 전략은 ‘중국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모아지고 있다”며, “중국을 선택한 건 더 이상 단순한 가격 경쟁력 때문이 아니다. 고도화된 제조 및 엔지니어링 역량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제조업을 되돌리는 데 관세가 도움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대부분의 미국 공장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제조업의 생산성이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전했다.
9일 미국 뉴욕에서 한 사람이 중국은행 지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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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이전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루터 대표는 미국 내 대나무 가공 공장을 짓는 데 최소 600만 달러(약 88억원)가 필요하다는 컨설턴트의 조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거기다 미국에서 대나무를 재배하고 가공할 수 있을 때까진 몇 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수입할 원재료에 대한 관세도 부담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기업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다국적 계약 제조사 최고경영자는 “미국의 정책 결정은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급망 분석업체 ‘엑시저’의 글로벌 리스크 담당 책임자 킷 콘클린은 “무역 전쟁 안갯속 같다. 업계가 반응하려면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다져 온 입지도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부터 미국과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일부 생산 시설을 옮기기 시작하자, 일부 중국 기업도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에 공장을 세우는 식으로 미국으로 우회 수출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베트남(46%), 타이(36%), 인도(27%) 등 60개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런 움직임도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관세 정책이 “중국으로부터의 이전 인센티브를 사실상 없애, 오히려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지위를 지켜주는 결과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상 유지’를 택한 미국 기업들은 가격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도록 돕는 자문사 ‘에스매시컨설팅’을 운영하는 사라 매시는 “모두가 관세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기존 파트너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긴다”며, “과거에 만족했던 공급업체라면 차라리 그대로 가자는 판단을 하게 된다. 물론 앞으로도 그 비용으로 버틸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9일 미국 인디애나주 카멜에서 ‘Made in China’ 라고 쓰인 제품들이 쌓여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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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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