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극심한데 생수는 1일 1병
얼음 시급한데 구매 계획 취소
염분 시급한데 “아직 개최 전”
지난 2023년 8월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탁한 물 나오는데 “수돗물 마시면 돼”
감사원은 우선 조직위가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로 채워진 점을 도마에 올렸다. 감사원은 여가부 퇴직 공무원인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조직위에 국제행사 경험이 있는 직원이 159명 중 10명(6.3%)에 불과했던 탓에 156개국 4만2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점도 감사 지적 사항으로 제시됐다.
조직위의 역량 부족은 대회 준비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예고된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물과 얼음은 물론 급식, 의료, 방제 등 참가자들의 생활 지원 전반이 부실했다. 이러한 우려가 사전 점검 행사에서 제기됐는데도 조직위는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조직위는 게다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설물 설치가 완료된 것처럼 여가부에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참석한 대원들이 지난 2023년 8월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텔타 구역 천막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잼버리 대회 당시 참가자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극심한 폭염이었다. 이 때문에 물과 얼음 공급이 시급했다. 이에 최 총장은 2023년 7월 식용 얼음 148t 구매 계획에 결재했다. 그런데 최 총장은 결재 당일 담당자를 불러 얼음을 꼭 구매해야 하는지 물은 뒤 계획을 취소시켰다고 한다. 전북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2도 이상으로, 폭염특보 발효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500㎖ 생수는 1일 1병 지급할 계획이었다. 대신 먹는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급수대를 120개소에 설치했다. 참가자들이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는 이유로 ‘폭염 기간에만 생수를 지급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염에 노출된 급수대에서 더운물이 나오는 문제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급수대에서 우유색 물이 나오는데 마셔도 되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3년 7월 25일 김현숙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만금 잼버리 대회 준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무회의에 거짓 보고한 여가부
조직위를 지도·감독하는 여가부도 안일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여가부는 잼버리지원단 인력의 주축인 사무관 자리(4명)에 여가부 직원을 1명도 배치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파견 인력으로 메웠다. 여가부는 또한 갑질 문제로 물의를 빚은 직원을 팀장으로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상황에서 조직위의 생활 서비스 제공, 시설 설치 등 준비 업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부실하게 하고, 현장점검도 형식적으로 수행했다”고 여가부를 질타했다.
이를테면 여가부는 장·차관이 총 6차례에 걸쳐 현장점검을 하면서도 점검 계획도 없이 점검에 나선 것이 2차례였다. 참가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구역인 야영지 내부를 방문하지 않은 적도 3차례나 됐고, 점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적도 4차례에 달했다. 나아가 여가부는 조직위로부터 화장실과 샤워실, 의료기기 등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현장점검에서 보고받고도 2023년 7월 국무회의에선 설치가 된 것처럼 거짓으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조성용으로 쓰도록 용도가 제한된 농지관리기금을 관광·레저용지인 잼버리 부지 매립에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축산부는 용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지 용도를 ‘유보 용지’(용도 미지정)로 전환해 기금을 끌어다 쓴 뒤 다시 관광·레저용지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일시적 행사를 치른 후 부지 용도가 환원될 것이라는 사유로 배수가 불량한 형태로 부지가 개발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담당 업무를 부실하게 한 여가부와 전북도에 주의 요구하고, 위법·부당행위자 18명에 대해 징계 요구 및 인사자료 통보, 수사요청, 수사 참고자료 송부 등 엄중 조치했다”고 밝혔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