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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금)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고환율·유가하락에...엇갈리는 정유업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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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글로벌 관세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원화가치가 속락하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체들의 위기대응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수요 사이클을 고려해 유가 하락기를 오히려 투자 확대의 기회로 삼는 곳이 있는 한편 일부 기업은 재무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는 등 셈법이 제각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61.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중국 정부가 10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84%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58.4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국면 이후 처음으로 60달러선이 붕괴된 것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약세를 나타냈다. 같은 날 62.35달러로 마감했으며 전날에는 59.58달러로 6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까지 맞물려 정유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6.4원을 기록했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발효 날짜가 3개월 연기된 영향으로 전날 주간거래 종가 대비 27.7원 하락했으나 15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한국무역협회는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석탄/원유 및 천연가스' 부문의 기업원가는 평균 3.39%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정유업계는 환율 변동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만 고환율과 경기침체 우려가 동시에 커지면서 수요 둔화와 정제마진 하락이 겹칠 우려가 따르기에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업황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유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수요 회복 시점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에쓰오일은 국내 석화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 2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샤힌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에틸렌 180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벤젠 28만톤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콤플렉스 내 자가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LNG를 직접 도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전력 비용을 줄이고 지난해 합병한 SK이노베이션 E&S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HD현대오일뱅크는 과감한 투자보다는 재무 안전성 확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8조 6000억원으로 전년 8조 8000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공시에 나타난 부채총계도 같은 기간 9조1653억원에서 9조1328억원으로 줄며 큰 차이는 아니지만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말까지 중질유 분해 설비인 HPC에 4조 7000억원을 투입하며 차입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올해는 대규모 투자 이후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만큼 정유 수요와 공급도 주기적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고 평가손실 측면에서 정유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향후 수요 회복과 함께 유가 및 정제마진이 반등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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