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버젓이 올라간 내 몰카 지워도 지워도…올해만 30만개가 삭제됐다 [세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

    불법 합성물 기승에 피해자 1만명 처음 넘겨

    온라인서 삭제한 피해 영상물 30만여건 넘어

    피해자 80%가 20대 이하, 온라인 핵심사용층

    합성·편집 피해 사례 전년 대비 약 230% 증가

    헤럴드경제

    [챗GPT를 이용해 제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딥페이크(Deepfake)를 활용한 불법 성범죄 콘텐츠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성범죄 피해자가 큰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중앙 디성센터)는 출범 이래 처음으로 연간 1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도왔다. 온라인에서 삭제한 불법 영상물은 30만 건을 웃돌았다.

    피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10~20대에 특히 집중됐다. 피해 유형 중에선 합성·편집의 경우가 전년 대비 약 230% 늘어 가장 압도적인 증가율을 보였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피해 사례도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진흥원)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발간했다. 중앙 디성센터는 2018년 4월부터 성폭력방지법에 근거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상담,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 종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피해자 10명 중 8명 ‘20대 이하’였다…‘AI 기술’ 활용 합성·편집 피해도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 디성센터에서 지원받은 피해자는 총 1만305명으로 전년(8983명) 대비 14.7% 증가해, 중앙 디성센터 출범 이래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

    상담,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 지원 연계 등 총 지원 건수는 33만2341건으로 전년(27만5520건)보다 20.6% 늘었다. 이 가운데 삭제 지원 건수는 2023년 24만5416건→ 2024년 30만237건으로 22.3% 증가했다.

    2024년 중앙 디성센터에서 지원한 피해자의 성비는 여성 72.1%, 남성 27.9%였다.

    헤럴드경제

    연령별 피해자 현황 [여성가족부 제공]



    피해자들은 대부분(78.7%)이 20대 이하였다. 20대가 50.9%, 10대가 27.8%로 젊은 연령대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SNS, 메신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발히 이용하는 10대·20대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피해 유형별 현황을 살펴보면 중앙 디성센터에 접수된 1만6833건 중 ‘유포불안’이 25.9%(4358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로는 ▷불법촬영 24.9% ▷유포 17.2% ▷유포협박 13.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여가부 관계자는 “디지털성범죄는 물리적 성폭력과 달리 피해 발생 이전에도 심각한 심리적 불안을 초래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특히 불법촬영, 딥페이크 등은 피해자가 즉시 인지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유포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피해 유형별 현황 [여성가족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합성·편집’ 건수는 피해 유형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비중 자체는 전체의 8.2%에 해당했으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27.2%에 달했다. 또 해당 피해의 경우 10대·20대에서 발생한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92.6%로 집계됐다.

    중앙 디성센터는 지난해 합성·편집 피해가 급증한 원인으로 기술 발달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센터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센터가 지원했던 합성·편집 유형은 일상 사진에 자막을 입히거나 종이를 오려붙인 듯한 단순하고 조악한 형태에 그쳤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AI 기술이 상용화되고 10대 미만조차 손쉽게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등이 개발돼 그로 인한 합성·편집 피해가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화형 AI 서비스를 활용한 불법 합성물 피해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채팅 상대, 일회성 만남 등 ‘일시적 관계’가 28.9%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모르는 사람 26.5% ▷관계 미상 24.7%▷사회적 관계 10% ▷친밀한 관계 9.7% ▷가족관계 0.2%의 순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일시적 관계’는 414명 감소한 반면, ‘모르는 사람’과 ‘관계 미상’은 각각 859명, 490명 늘었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딥페이크 성범죄물 유포가 증가하면서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수많은 사용자에 의해 가공, 재유포되면서 최초 유포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헤럴드경제

    플랫폼별 삭제지원 건수 [여성가족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 디성센터가 가장 많은 피해 영상물을 삭제한 플랫폼은 성인사이트(43%)였다. 이어 ▷검색엔진 39%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0.7% ▷클라우드 3.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중앙 디성센터가 수집한 사이트는 총 2만6318개였다. 대다수(95.4%)가 국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였으며 이중 미국이 70.4%를 차지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특히 성인사이트는 국내 법 집행을 회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법적 제재가 약한 해외에 서버를 두는 경향이 높다.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건수를 구체적으로 보면, 피해자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가 81.4%(24만4457건), 선제적 삭제 지원된 경우가 18.6%(5만5780건)로 확인됐다. 선제적 삭제 지원은 수사기관의 삭제 지원 요청이 있거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서 피해자의 요청 없이 삭제된 사례를 의미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삭제 건수는 2023년 3만5725건→2024년 3만7649건으로 1년 사이 5.38% 증가했다. 수사기관과 연계한 신원 미확인의 피해자 지원 건수는 2023년 1만7267건→2024년 1만8131으로 전년 대비 5% 늘었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삭제 지원된 불법 촬영물 4건 중 1건(25.9%)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의 성명, 연령 등 개인정보가 함께 유출된 불법 촬영물의 삭제 건수(7만7652건)는 전년보다 36% 늘었다. 유출된 개인정보 유형은 ▷이름 55.9% ▷나이 29.1% ▷소속 10.3% ▷주소 4.4% ▷연락처 0.3% 등 이었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앞으로도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 피해자 보호·지원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오는 17일 출범하는 중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게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중앙 기능의 안정적 정착과 피해지원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