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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5 (월)

    [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26] 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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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인에게 숨이란 의식이고, 인식이며, 감정이다.

    -앤 카슨의 ‘에로스, 달콤씁쓸한’ 중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진부한 표현일지 몰라도 ‘만물이 소생한다’는 느낌은 늘 신선한 마법 같아서, 산길을 걷다가 몇 번이고 넋을 잃곤 한다. 귓가에 윙윙대는 날벌레의 날갯짓 소리는 아마 곧 성가셔지겠지만 지금은 반갑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보도블록에서 누군가의 발에 밟힐 뻔한 땅강아지를 본다. 손으로 집으니 엄청난 앞다리 힘으로 벗어나려 애쓴다. 그 힘이 기분 좋은 봄기운처럼 느껴진다. 녀석을 들고 다시 산으로 뛰어가 흙에 놓아준다. 그러고는 만개한 살구나무 아래 잠시 서 있어 본다. 벌들이 붕붕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미풍에 은은히 퍼지는 꽃향기를 몸속으로 초대해본다. 결코 꽃향기 같은 게 나진 않을 인간의 내장이 이렇게나마 잠시 향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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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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