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도움으로 입원해 아사 위기 넘겨…"제때 치료 감사"
WFP·UNHCR·UNFPA 등 유엔 단체들, 국경서 인도주의 활동 활발
'중증 급성영양실조'로 병원 입원한 수단 난민 아동 |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생후 11개월 된 딸이 갑자기 체온이 38.1℃까지 오르고 계속 설사에 구토했어요. 난민촌 관계자들이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면 큰일 날뻔했어요."
남수단 국경 지역 렌크 난민촌에 머무는 수단 여성 마라피 압둘라합 씨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렌크 카운티 병원에서 기자와 만나 "가족들과 어렵게 국경을 넘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딸을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웠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곳은 국경지역 전투 등으로 다친 군인들도 치료받고 있어 동선 통제 등 보안이 철저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철수했고, 국경없는의사회(MSF)가 남아있다.
압둘라합 씨 딸은 19일 긴급 입원해 1주일째 병실에서 머물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운영하는 난민촌 '트랜싯센터(TC) 2'의 과밀화 등으로 인해 식량과 식수를 제때 보급받지 못하면서 영양실조에 걸린 탓이다.
딸은 소아과 의사의 진단을 거쳐 약을 처방받았고, 이제는 증세가 많이 호전돼 곧 퇴원한다. 다만 난민촌에 돌아가서도 영양제를 꾸준히 먹어야 한다.
압둘라합 씨는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줘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남수단 난민촌서 임시 거주하는 수단 난민 |
UNICEF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와 렌크 카운티 병원에서 안정화 센터를 운영 중이다. 남수단 주민을 대상으로 하다가 수단 난민과 귀환민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또 다른 수단 난민 수사 아스마일(38) 씨도 "막내아들이 병원에 다녀온 뒤 건강이 좋아져 다행"이라며 "엄마로서 영양 관련 교육을 받고 아이 영양 상태를 더 신경 쓰게 됐다"고 말했다.
수단 남부 블루나일주 출신인 그는 지난해 12월 전투가 심각해지자 남편과 아이 등 가족 9명이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남편과 아들들은 낮에 난민촌 근처에서 식수 배달 등 일을 하며 번 돈을 가족들의 생계에 보태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서 식량 지원 받기 위해 대기하는 수단 난민들 |
난민과 귀환민들은 난민촌에 머물면서 UNHCR·WFP 등으로부터 2주간 지낼 수 있을 정도의 현금 지원을 받는다. 대부분은 이 돈으로 난민촌 내 시장에서 먹거리 등을 구입하며, 일부는 돈을 모아 장사를 하면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귀환민인 조세프 씨는 일곱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꾸준히 생계 활동을 한다. 일회성 WFP의 현금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인근 숲에서 구한 땔감을 시장에 내다 판다.
WFP와 UNHCR은 신규 난민의 초기 정착을 돕기 위해 1인당 4만1천300남수단파운드(약 2만원)의 식량 지원비를 준다. 이중 수혜를 막기 위해 지문과 생체 정보 등을 등록하는 스코페(SCOPE) 시스템도 운영한다.
남수단 국경 렌크 난민촌 거주 수단 난민들 |
이 사업은 난민을 UNHCR이, 귀환민을 WFP가 각각 담당하는 방식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UNHCR은 주 3회, WFP는 주 6회 진행하는데 아침 일찍부터 수십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수단 난민 자이나브 오스만(30) 씨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이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며 "위생 키트를 받았고, 빵 굽기 등을 배우면서 생계 활동도 하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젠더기반폭력(GBV) 대응법' 토론하는 수단 난민들 |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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