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미얀마 거쳐 남수단사무소 모니터링 및 평가 담당관 근무
어릴 적 케냐서 지내며 아프리카 관심…모의유엔 통해 꿈 구체화
렌크 난민촌 둘러보는 최병헌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남수단사무소 M&E 담당관 |
(주바·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먹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요건 중 하나죠. 식량 안보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산하 식량 원조 기구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서 8년째 근무 중인 최병헌(38) 남수단사무소 모니터링 및 평가 (M&E) 담당관은 "식량은 평화로 가는 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문구는 WFP가 202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 언급한 것이다. 당시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식량이 필요한 우리 이웃 모두를 먹이자"고 강조한 바 있다.
WFP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적 지원 기관이지만, 국내에는 다소 덜 알려진 편이다. 120여개 나라에서 2만3천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인 국제 직원은 17명 정도 된다.
최 담당관과 만남은 연합뉴스가 수단 내전(4월 15일) 2주년을 맞아 남수단 렌크 난민촌을 국내 언론 최초로 현장 취재에 나서며 이뤄졌다.
최 담당관과는 지난달 25∼28일(현지시간) 렌크에서 3박 4일 전체 일정을 동행했다. 그는 수단과 미얀마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남수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수단 난민 태우고 남수단 렌크 난민촌 향하는 대형 트럭 |
그는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9살 때 케냐에 이민하면서 아프리카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 시절 3년간 모의 유엔 활동을 하며 빈곤과 기근 등 국제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그가 군대에 있던 2010년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된 해이다. 한국이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의미 있는 해였다.
이에 최 담당관은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협력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와 함께 유엔사무국 산하 유엔 거버넌스센터에서 6개월 인턴을 했다. 외교부 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현 한·아프리카재단)에서 3년간 일하면서는 한국과 아프리카 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남수단 렌크 난민촌서 WFP 사업장 모니터링하는 최병헌 담당관 |
그는 "누구에게 어떤 것이 지원되고, 사업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등 여러 통계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통해 증거를 제시했다"며 "설문조사 준비, 데이터 분석, 현장 지원 업무 등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단을 떠나고 나서 1년 뒤 분쟁이 발생했다"며 "친근감 많은 수단인들이 내전으로 고통받고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이 상황이 끝나서 평화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최 담당관은 대화 내내 첫 부임지이자 'WFP의 사관학교'로 통하는 수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WFP는 2023년 4월 다시 분쟁의 늪에 빠져든 수단 사태가 세계 최대의 기아 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현재 1천8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추정한다.
최 담당관은 수단 분쟁을 피해 이집트, 남수단, 차드 등 인접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약 400만명에 달하는 수단 난민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살 권리가 있지만 본인의 노력과 의지와 무관하게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들을 위해 좀 더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수단 인접 남수단 렌크 난민경유센터 |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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