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메닉스 신우진 대표가 지난 9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레이저에 빠진 남자가 있다. 레이저로 드론(소형 무인기) 공격을 막고, 항공기 사고를 유발하는 새도 쫓아낸다. 수천 개 섬 사이의 통신도 레이저로 한다. 신우진(50) 루메닉스 대표 이야기다.
신 대표는 지난 2019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원을 받아 레이저 전문업체인 루메닉스를 창업했다. 루메닉스는 빛을 뜻하는 라틴어 루멘(Lumen)에서 붙인 이름이다. 레이저로 드론 공격을 막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 국내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 등장했다. 인공지능(AI)으로 적군을 찾아내 타격하거나 자폭하고, 석유·정유 시설도 파괴한다. 신 대표는 이제 드론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시장 조사 기관 프레지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드론 대응 시장 규모는 2021년 14억달러(2조400억원)에서 2030년 126억달러(18조4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 대표는 드론에 맞서는 차세대 방어 시스템으로 레이저를 꼽았다. 레이저는 하나의 파장을 가진 빛이 직진하는 현상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 에너지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다. 드론이 날아오면 레이저로 쏴서 엔진이나 장비를 태워버릴 수 있다.
레이저 발생 장치는 전술 차량이나 총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전력만 공급되면 무제한 발사가 가능하다. 미사일보다 비용도 저렴하다. 또 탄약을 사용하지 않아 폭발 피해도 상대적으로 적다. 목표만 타격할 수 있어 서울처럼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루메닉스가 개발한 위성 레이저 통신 기술 장비./광주과학기술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항공기 조류 충돌 방지, 위성 통신도 가능
루메닉스의 레이저는 군사 목적 외에도 용도가 많다. 최근에는 공항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조류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새 떼가 항공기로 날아오면 레이저로 쫓아 사고를 예방하는 원리이다.
루메닉스는 우주에서 위성끼리 레이저로 통신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레이저 통신은 기존 무선 주파수 통신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더 많이 전달할 수 있다. 보안에도 유리하다. 레이저는 정확한 방향으로 직진하는 성질이 있어 통신이 서로 간섭하기 어렵다. 위성과 지상 통신도 가능하다.
신 대표는 섬이 많은 전라남도나 동남아시아도 레이저 위성 통신 기술이 필요한 곳으로 보고 있다. 그는 “동남아는 섬이 수천 개 있어 섬마다 데이터를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동남아는 한국 과학 기술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 우호적”이라고 했다.
루메닉스는 우주에서 레이저 위성 통신을 하기 위해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우주는 환경이 척박하다. 극저온과 극고온을 오가고, 방사선 문제도 있다. 루메닉스는 우주에 적합한 광섬유(光纖維) 기술을 갖고 있다. 덕분에 레이저로 통신할 때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다.
신 대표는 “위성 광통신 기술은 국내에서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고, 해외에서도 독일이나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상용화됐다”며 “위성 간 레이저 통신 모듈과 위성 광지상국으로 사업화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