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학의 유리창 수선. 기존의 유리를 그대로 두고, 금이 간 부분에 원래의 유리프레임과 같은 재료로 보강한다. 낡고 부서진 것을 포용하며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가치를 실천하는 대학의 전통이 아름답다./박진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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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중 캠퍼스가 특히 아름다운 곳은 예일과 프린스턴이다. 벽돌 건물 위주의 하버드와 달리 돌로 지어진 신고딕 양식의 교회와 건물들 덕분에 특유의 고풍스러움을 풍긴다. 300년이 넘는 예일대의 전통은 이런 분위기를 지키려는 노력에 진심이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그중 하나가 유리창을 수선하는 방법이다.
유리가 파손됐을 경우 요즘 생산되는 유리로 교체하면 쉽게 끝난다. 에너지 효율도 높아진다. 하지만 건물은 백 년이 넘었는데 유리는 현대식이면 당연히 이질감이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기존의 깨진 유리를 그대로 두고, 금이 간 부분에 원래의 유리 프레임과 같은 재료로 보강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강한 증기를 쏴서 유리를 부드럽게 하면서 프레임을 덧붙이는 섬세한 공정을 요구한다.
이걸 보면 일본의 긴쓰기(金継ぎ) 문화가 연상된다. 긴(金·금)과 쓰기(継ぎ·이어 붙인다)를 합친 단어로 그릇이 깨졌을 때 옻으로 붙이고 금분이나 은분으로 장식하는 전통 공예다. 이때 금이 가서 깨진 부분이 장식 요소로 바뀌며 새로운 도자기가 탄생한다. 원래 모양과 본질은 이어가되 새로운 무언가가 첨가된 미학이다. 또한 일상에서 불완전함과 단점을 숨기기보다, 인정하고 당당하게 직면하는 긍정적 태도를 대변한다.
사물의 오래되고 낡음 자체에 대한 미적 가치는 근래에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인생에서 겪기 마련인 힘들고 부서지는 순간, 버리고 끝내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태도의 은유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예일대에는 에로 사리넨, 폴 루돌프, 루이스 칸과 같은 유명 건축가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30년 만의 방문에서 가장 마음속에 남은 풍경은 그 작은 유리를 수선한 방법이었다. 낡고 부서진 것을 포용하며 수선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대학의 전통이 아름답다.
“마음의 상처가 난 곳이 바로 빛이 들어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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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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