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
/사진 = 푸른길 제공 |
법무부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한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은 2019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여·야 뿐만 아니라 국민과 언론, 기업,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둘로 쪼개졌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주장을 하는 언론·정치인에는 무차별 공격이 가해졌으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의 징역 2년형이 확정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갈등은 남아 있다.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을 쓴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같은 '비판 거부' 현상에 대해 성리학적 사유구조가 강하게 작용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유교적 사고방식의 위정척사(바른 것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배척한다) 사상이 반영되면서 '거악을 타도하는 절대선'에 대한 갈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인 자기 진영에 대한 자그마한 비판도 감내하지 못하게 됐다.
채 교수는 민주와 반민주,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 자체를 시대착오적인 낡은 구호라고 강조한다. 상대편 진영을 매도하고 적대화하며 숙청의 대상으로 보는 진영논리가 민주주의보다는 되레 독재규범에 가깝다는 의미다. 정계를 주도하는 이른바 '586세대'가 유교적 습속을 답습하다 보니 대립구도가 점차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채 교수는 저서를 통해 586 세대의 정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중요하다는 해석을 제시한다. 같은 국민끼리 상대를 '극우' '빨갱이'로 악마화하고 자신이 정의가 되겠다는 습속부터 버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유교적 도덕에서 기인한 선악의 이분법이 차별의 논리를 탄생시켰고, 그 결과 사회를 끝없는 갈등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극복을 위해서는 공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채 교수는 미국 청교도인들의 삶의 방식인 '유한세계관'과 애덤 스미스의 가치관을 근거로 들며 도덕과 정의를 위해서는 타인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체주의나 주민자치의 실질화 등 현안에 대해 던지는 물음도 인상깊다.
채 교수는 오는 19일 오후 3시 종로구 인사동 태화빌딩 대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를 갖는다. 공화주의아카데미가 주관하며,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등 70여명이 참여한다.
채 교수는 경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주민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을 역임하고 한국정치평론학화 연구이사와 공화주의아카데미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 푸른길, 1만 8000원.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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