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영의 즐거운 건강
외래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심장에 좋은 것은 어떤 것을 먹어야 하나요”이다. 지난 시간까지 부정맥의 종류와 치료법을 다뤘는데, 이번에는 그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방법 중 하나인 체중 및 식사 조절에 대해서 다루려 한다.
내과 전공의 시절 혈액종양내과 병동에서 근무할 때의 일화이다. 교수가 회진 중에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환자들의 질문에 “제가 계속 살 수 있는 법을 알려 드릴까요”라고 하시며 “대부분의 환자가 제 말을 안 들어서 돌아가셔요. 숨을 멈추지 말고 계속 쉬시면 됩니다”라고 하셨다. 명의라고 소문이 났던 교수의 말에 희망을 품고 귀 기울여 듣던 환자들이 웃기보다는 실망하는 모습에 나도 약간 당황했었다. 그런 나도 요즘 심장 건강을 위해 무얼 해야 하느냐는 환자들의 질문에 “뱃살을 빼라”고 한다. 대단한 답을 기대했던 분들은 실망하는데, 체중을 줄이는 것은 농담이 아니라 심장 건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고 치료이다.
나의 환자들은 1년에 한 번은 심혈관계 위험 평가를 위해서 공복혈당,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등을 측정하는데, 이전보다 수치가 늘어서 “혹시 체중이 늘었나요”라고 물으면 대개 1~2㎏정도 체중이 늘었다고 말한다. TV만 틀면 혹은 여러 인터넷 채널에서 먹방을 하고, 간단한 주문만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손쉽게 배달받을 수 있는 요즘에 체중을 유지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1년이라는 세월, 1~2㎏ 증가는 여러 대사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과체중·비만 상태에서는 시간의 문제이지 당뇨·고혈압·고콜레스테롤증과 같은 만성질환이 생기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현재 체중의 유지이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lee.yoonchae@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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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열량식, 초저열량식, 초저탄수화물식, 저탄수화물식, 고단백식, 간헐적 단식 등 다양한 식사법이 대한비만학회의 비만 진료지침 2022(8판)에도 소개되고 있는데, 각각은 장단점이 있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겠으나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방법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체중 증가도 문제가 되지만 체중 감량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꾸준한 식사량의 조절이 되지 않아서 체중 증가와 감량을 반복하면서 체중을 유지한다면 지속되는 스트레스를 이겨 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체중을 유지한 것보다는 몸에는 불리하지 않을까 싶다.
비만 진료지침 2022(8판)에 따르면 비만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으로 정의한다. 2024년 우리나라 남녀 평균 키가 174.2㎝, 161.0㎝으로 계산을 하면 대략 76㎏, 65㎏ 이상이 되면 비만이다. 그래서 본인의 키에서 대략 100㎝를 뺀 것을 목표 체중으로 보면 쉽다. 키보다 체중이 작아야 한다고 설명하면 대개 다 앞자리 1을 빼고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이미 이 조건을 만족하고 있으면 잘 유지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체중 감량을 추천한다. 비만 진료지침에서는 주당 0.5~1㎏의 감량이 건강한 속도라고 하는데, 고령에서는 다소 빠르고 부담이 될 수 있어서 대략 한 달에 0.5㎏, 1년에 6㎏ 감량할 것을 추천한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서 말한 여러 식사법 중에 하나는 선택해도 되나, 천천히 지속적인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현재 식사를 변경하기보다는 우선 양을 조절해 볼 것을 추천한다. 우선 한 끼 식사에서 한 숟가락을 덜어내 보는 거다. 각자마다 식사 방법 및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양을 줄여 보면서 체중 조절의 속도를 조정하고 가능한 예외적인 식사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당이 지나치게 많은 탄산음료, 케이크, 즉석 음식을 주로 먹는다면 이는 바꿔야 한다. 일반적인 가정식사의 경우에는 꼭 변경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다.
라면·젓갈 등 고나트륨 음식 피해야
오일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 중재시술 인증의로 부정맥 환자 시술 및 치료에 15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부정맥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재무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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