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서 교수로...이세돌 UNIST 특임교수
과학자를 위한 게임 제작 등
올해부터 대학 강단서 강의
AI시대에 필요한 건 창의성
게임체인저 되는 게 중요
바둑? 승부 아닌 협업이죠
과학자를 위한 게임 제작 등
올해부터 대학 강단서 강의
AI시대에 필요한 건 창의성
게임체인저 되는 게 중요
바둑? 승부 아닌 협업이죠
이세돌 특임교수가 11일 UNIS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UN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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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 천재, 마왕, 그리고 인공지능(AI)을 이긴 유일한 인간. 이세돌 9단을 수식하는 타이틀은 많다. 최근 이세돌 9단은 새로운 타이틀에 익숙해지고 있다. 바로 ‘교수’다.
수업을 시작하며 이 교수는 “과제를 해온 학생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이 교수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다. 과제는 ‘스페이스 크루’라는 보드게임을 해보는 것이었다. 이날은 올해 UNIST 특임교수로 임명된 이세돌 교수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날이었다.
이세돌 특임교수가 강의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답하고 있다. UN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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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천재 기사’로 불렸던 그가 학생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AI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을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6년 알파고와 바둑을 둔 이후, 그는 더 이상 바둑으로 AI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결 직후 AI는 바둑계를 뒤흔들었다. 흔들린 건 이세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요즘은 모든 기사가 AI로 바둑을 공부한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다”고 했다. 그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이 교수는 AI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그가 찾은 답은 창의력이었다.
이 교수는 “미국 학생들이 소소한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게 부럽다”며 “보드게임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AI가 창의력마저 인간을 앞서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이 교수는 “AI는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보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창의적인 바둑을 두려 노력했지만 나조차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그게 인간의 한계”라고 했다. 그는 AI가 고정관념이 없지만 아직 인간의 통찰과 직관을 갖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걸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이 AI와 협업한다면 틀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은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둘이 만나서 풀어내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인간성의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거기서 나오는 창의력이라는 것이다. “실패가 발전의 계기가 되기에 학생 때는 확신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알파고와 대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위 ‘신의 한 수’라고 불리는 제4국의 78수는 순간적인 창의력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1국에서부터 알파고를 면밀히 분석하고 고민한 흔적이 담긴 수다.
이 교수는 1국과 2국에서 정상적으로 이기기는 어렵겠다는 걸 깨닫고는 알파고를 흔들 방법을 찾았다. 그가 찾은 알파고의 약점은 시간이었다. 그는 “알파고는 무조건 1분 안에 수를 두고 초반에 전투를 하지 않기 때문에 50~100수에 승부를 보자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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