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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토)

'극우 2030' 尹 탄핵 국면서 존재감…반탄 6070과 무엇이 달랐나 [애극청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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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사태서 청년 다수…인터넷 커뮤니티서 현장으로

탄핵 계기로 터진 목소리…폭력 등 미성숙한 형태로 표출

[편집자주] [애극청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노년의 '태극기 부대'가 아스팔트로 나왔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엔 2030 남성 일부가 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 앞으로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현실의 광장에서 애국을 외친 그들은 '극우'인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애국을 외치면서 서부지법에 침입했고, 헌재를 협박했던 이들은 나라를 사랑했던 걸까. <뉴스1>은 애국을 외치는 2030 극우 '애극청년'들을 만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해 봤다.

19일 새벽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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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수 신윤하 남해인 권진영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쏘아 올린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악영향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에 '태극기 부대'로 분류되던 6070 세대뿐만 아니라 2030 세대들이 이러한 극단주의 정치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튜버부터 증권맨, 치과의사, 약사까지…서부지법 난동 사태서 존재감 드러낸 2030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 집회는 기존에는 노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국면에서 2030 청년 세대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2030 청년들은 연단에서 반중 정서, 반공주의 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가 대부분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소수로 치부할 수 있지만, 지난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극단주의 정치의 폐해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현장에 남아있던 시위대는 곧바로 서울서부지법 후문을 뚫고 경내로 진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해당 사태로 140명이 입건됐고, 그중 93명이 검찰로 넘겨졌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서 주의 깊게 볼 부분은 바로 피의자들의 인적 구성이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부터 먼저 기소된 63명의 재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재판에서 확인된 피고인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자신의 직업을 대학생이나 유튜버, 회사원, 자영업자로부터 시작해 증권맨, 치과의사, 약사 등으로 소개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체포 직후인 지난 1월 20일 기준 체포된 90명 중 51%인 46명이 2030대 청년으로 집계됐다.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자 경찰이 이를 진압하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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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메시지에 '폭력'이 수반…인터넷 커뮤니티서 광장·법원으로

기존 보수 성향의 6070들은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하더라도 주로 인원들이 대규모로 모여 세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폭력시위는 가벼운 몸싸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극우화된 2030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어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같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물리적 폭력을 수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상계엄 사태 국면에서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테러' 행위를 모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들은 '부정선거론'과 같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을 강하게 믿으면서 이에 근거해 비판과 주장을 넘어 정치적 행동을 했다. 또, 판사들을 향해 "중국인이 아니냐"는 등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들로 헌법재판소를 비롯해 사법부를 압박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극우화 성향을 보이는 2030들이 이같은 행동을 모의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비롯해 디시인사이드(디시) 갤러리에는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조장하고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월 16일 서부지법의 담벼락 높이, 후문 출입로 등 진입 경로를 분석한 글이 게시되는가 하면, 다음 날 미정갤에도 법원 청사 인근 경찰 배치 상황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직원이 탄 차량의 차종 및 번호가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지난달 7일에는 디시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에는 헌재 주변을 탐색한 후 "주변 담벼락이 낮아 넘어가기 쉽다"는 침입 계획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같은 날, 다른 이용자가 헌재 전 층 내부 구조도로 추정되는 평면도와 주변 지도, 사진을 공유하며 '헌재 시위 가능한 장소 확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서부지법의 경우는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것과 같은 방법으로 법원에 시위대가 진입했다. 모의가 현실이 된 것이다.

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유리창과 법원 건물 벽면 등을 파손한 흔적이 남아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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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관심' 청년층…탄핵 계기로 터진 '목소리'

주목할 만한 점은 탄핵 사태를 계기로 2030들의 목소리가 분출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2030청년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민주화를 쟁취해야 하는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 무한 경쟁 시대에 태어나면서 취업 등 경제적인 문제가 청년들의 가장 큰 과제였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젊은 층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라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최초의 탄핵 국면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지만, 집값이 치솟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청년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젊은 남성 중에선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청년 진보, 노인은 보수'라는 공식이 차츰 깨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당선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임기 중 비상계엄 사태라는 유례없는 국면이 전개됐고, 청년들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쏟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탄핵 찬반 집회에선 청년층의 참여가 높았다. 청년들은 탄핵 찬성 집회에서 응원봉을 들었고, 반대 집회에선 붉은색 경광봉을 들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젊은 층이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다"며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 대한민국 현실 정치에 대해 무관심했던 계층이 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이건 아니다'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극우'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엄 사태 이후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는 시민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부지법 사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표출하는 방식이 미숙한 것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라고 단순히 일반화하는 것은 "과잉 일반화"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넘어서서 허위 정보를 믿거나 또는 폭력을 쓰는 것은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탄핵 선고 날 별다른 사상자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서부지법 사태를 계기로 성숙해졌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허 교수는 "서부지법 사태는 청년층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격해져서 생긴 폭력 사태"라며 "그러나 한국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성숙해졌기 때문에 탄핵 선고 당일 아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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