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에 생산지 이전 고민 빠진 애플
중국 생산 스마트폰 상호관세 유예 조치에도 여전한 불확실성
애플의 생산 기조 |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디자인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이, 생산은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 관세 정책으로 애플이 유지해오던 생산 외주화 전략이 일대 전환 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자체 공장 없이 스마트폰 생산량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애플이 전체 공급망의 10%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데만 약 300억 달러와 3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한 결정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13일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의 56%를 애플이, 25%를 삼성전자[005930]가 차지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2월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지만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 '왜 일자리가 중국으로 가게 됐는지 보여주는 애플의 경험'이라는 제목의 퓰리처상 수상 기사에서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이 아닌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한 핵심 이유가 ▲ 수천 명의 노동자를 단기간에 투입할 수 있는 노동 유연성과 규모 ▲ 숙련된 기술 인력 보유 ▲ 공급망 밀집도라고 지목했다.
애플의 중국 공장 |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내 생산 압박에 2019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데스크톱 PC 맥 프로를 만들기도 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같은 해 맥 프로 신모델은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보도하는 등 역시나 미풍에 그쳤다.
하지만, 트럼프 2기 대중 관세 전쟁이 막 시작된 이번에는 공급망 전문가로 알려진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15%가량인 인도 내 스마트폰 생산 비율을 2027년까지 25%까지 끌어올려 중국 생산 몫을 줄일 예정으로도 알려졌지만, 인도 생산인력의 숙련도, 공급망 생태계 성숙도, 정부 규제 등이 중국을 대체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문 총장은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관세를 통한 무역 전쟁이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차리라는 것"이라며 "말을 듣지 않는 기업에 큰 벌칙을 주고 생산시설 회귀 기업에 법인세를 15%로 낮추는 등 당근책을 쓰면 미국으로 돌아오며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탈중국은 맞는 기조겠지만 공장을 직접 운영해본 적이 없는 애플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폭스콘을 위시한 애플 공급망 속 수많은 협력사가 중국과 대만에 있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고 지적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부사장은 "현재로서 애플에 인도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며 다음이 브라질"이라며 "인도 전자 제조 협력사들의 기술력, 설비 투자 의지, 관세 협상에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역량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공지했다.
애플의 스마트폰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제품에 펜타닐 등 마약 대응을 이유로 부과한 '10%+10%' 관세가 그대로 부과될지 아닐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145%라는 초고율 관세보다는 상당히 낮춰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대폭 낮아졌더라도 이번 미국 행정부의 결정에서 재확인된 부분은 불확실성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면서 "애플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산기지 재배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관세 정책에서 차별받을 가능성 등이 현존해 최악의 경우 미국 공장 신설 카드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생산 기지 이전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해결책 또한 관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한계를 분석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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