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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45%’ 관세…중국‧동남아 진출 강화한 은행권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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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작년 해외 순익 8324억
동남아 점포 자산 들고 순익 3배↑
고관세에 자산건전성 악화 불가피
"특정 국가 쏠림 현상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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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호관세 조치에 국내 주요 은행의 해외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관세로 정조준한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에 지점이 몰려있는 탓이다. 해당 국가에서 기업여신(대출) 영업을 강화해 온 현지 법인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 14곳의 현지 법인·지점·사무소 중 76곳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위치해 있다. 이는 전체 204곳의 약 37%에 해당한다.

국가별로 중국이 16곳이며, 동남아지역은 베트남 20곳, 미얀마 14곳, 인도네시아 9곳, 캄보디아 9곳, 싱가포르 6곳, 말레이시아 1곳, 태국 1곳 순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 관세 정책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에 가장 높은 총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캄보디아 49%·베트남 46%·태국 36%·인도네시아 32%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높은 관세를 매겼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크다. 추가 보복 관세 등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유예기간 내 개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각국에 책정된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각종 변수도 상존한다.

은행권의 해외 사업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해외 종속기업(자회사)에서 거둔 순이익은 약 8324억 원으로 전년(7998억 원) 대비 4.08% 늘었다. 수익 대부분을 동남아 지역에서 거뒀다. 지난해 전체 순익(15조150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불과하고 은행별로 손익 성적표는 다르지만, 은행권의 숙원 사업이 성장곡선을 그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관세 조치가 중국, 동남아를 교두보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려는 은행권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현지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여신을 제공한 현지 은행 법인 등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관세 조치 발표가 나온 직후 해외 법인 관련 자산 비중을 점검한 결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조 및 수출입 관련 업종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부실 차주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은행권의 동남아 쏠림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은행 해외 점포 총자산 2102억 달러 중 555억 달러(26.4%)가 동남아에 집중됐다. 국내 은행의 동남아 총자산도 2021년 477억 달러에서 매년 증가 추세다. 베트남ㆍ캄보디아ㆍ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순이익도 2023년 기준 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은행권의 해외 사업이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것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은행의 지역별 해외진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진출 지역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사의 신규, 추가 진출 지역 선정 시 지역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전략적으로 특정 지역(국가)에 공들여 온 것이 (미국 관세 조치로) 오히려 독이 된 형국”이라며 “특히 국내 은행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해외 진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편중된 신용위험을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유하영 기자 (hah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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