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 일부→벌금형 노역장 유치→징역형 잔형 집행
대법 "결과적으로 집행종료일 늦어져 누범됐어도 검사 탓 아냐"
대법원 전경 ⓒ 뉴스1 |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검사가 징역형과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 유치 집행 순서를 바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출소일이 늦어졌더라도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벌금 완납이 가석방 요건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하면 형 집행 순서 변경이 반드시 피고인에게 불리한 처분은 아니라고 봤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9년 9월 4일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를 전자충격기 등 흉기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검사가 2심에서 A 씨가 과거 저지른 특수강도죄 누범기간에 이 사건 특수폭행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형 집행과 관련한 쟁점이 불거졌다.
징역형 일부→벌금형 노역장 유치→징역형 잔형 집행
앞서 A 씨는 2014년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 같은 해 폭행죄로 벌금 70만원,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됐다.
형사소송법은 2개 이상의 형을 집행하는 경우에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과료와 몰수 외에는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한다고 규정한다. 예외적으로 검사가 장관의 허가를 받아 무거운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한다.
2014년 1월 23일부터 2015년 3월 20일까지 특수강도죄 징역형을 집행하다가, 3월 21일부터 4월 29일까지는 음주 운전 벌금형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를 집행하고, 4월 30일부터 같은 해 5월 12일까지 13일간 폭행 벌금형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 집행을 하는 순서였다.
이후 A 씨는 2015년 5월 13일부터 남은 특수강도죄 형을 살고 2016년 9월 16일 출소했다.
2심 "형 집행 순서 변경 지휘 위법, 누범기간 지난 것으로 봐야"
만약 A 씨에 대한 형 집행 순서 변경이 없었을 경우 A 씨의 특수강도죄 형 집행 종료일은 2016년 7월 22일이다.
그런데 검사가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 유치를 하는 동안 특수강도죄에 대한 집행이 정지됐다. 이 때문에 A 씨의 실제 특수강도죄 형집행종료일은 2016년 9월 16일이 됐다.
A 씨는 2019년 9월 4일 특수폭행 범행을 저질렀는데, 전자를 기산점으로 하면 누범기간에 해당하지 않고 후자를 적용하면 누범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 된다.
그러면서 최초 예정됐던 2016년 7월 22일을 기준으로 하면 3년이 지났으므로 A 씨가 누범기간에 특수폭행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1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집행 순서 변경, 불리한 처우로 단정 못 해"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검사의 집행 순서 변경 지휘가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검사가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집행 순서 변경 지휘로 A 씨가 가석방 요건 중 일부 조건을 갖추게 된 점을 보면 이 변경 지휘가 반드시 불리한 처우라고 단정할 수 없고, A 씨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벌금형을 병과 받은 수형자가 가석방되려면 벌금이 완납돼야 하기 때문에, 벌금을 완납하지 못한 수형자들이 징역형보다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 유치를 먼저 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누범으로 처벌되거나 집행유예 결격이라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은 피고인이 다시 새로운 범행에 나아갔기 때문"이라며 "사후적으로 평가할 때 이 사건 변경 지휘의 결과 징역형 집행종료일이 늦춰져 누범에 해당하게 됐더라도, 검사가 변경 지휘 당시부터 피고인에게 의도적으로 또는 부당하게 불이익을 가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징역형의 집행종료일은 집행 순서 변경에 따라 피고인이 실제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날로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집행 순서 변경 전 종료예정일을 집행 종료일로 본 원심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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