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취업과 일자리

“이력서만 50번 넘게 냈어요”… 20대 후반 취업자, 12년 만에 최대폭 감소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3년 이후 최대폭…‘쉬었음’ 인구 4분기 연속 증가

취업 상담을 기다리는 구직자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취업자가 전년 대비 9만8천 명 줄며 12년 만에 최대폭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청년층의 구직난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 채용박람회 현장에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구직자들의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한 김하은(27)씨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버겁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대기업 공채 일정에 맞춰 이력서를 쓰고, 스터디 그룹을 전전하며 면접 준비에 매달렸지만, 돌아온 건 반복된 탈락 통보뿐이었다. 그는 “이제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김씨처럼 사회에 첫 발을 내딛지 못한 청년들이 부쩍 늘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 수는 24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만8000명 줄었다. 이는 12년 전인 2013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코로나19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던 2020년보다도 더 심각하다.

20대 후반 취업자는 지난해 1분기 이후 무려 9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감소 폭도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엔 4만4000명, 4분기엔 6만2000명 줄었고, 올해 1분기엔 거의 1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들어서 생긴 변화라고 보기엔 감소 폭이 지나치게 크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인구는 6만9000명 감소했지만, 취업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9만8000명 줄었다. 실업자 수는 1만3000명 증가, 실업률은 0.6%포인트(p) 올라갔다. 즉, 일할 사람이 줄어든 것 이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조차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눈에 띄는 건 아예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비경제활동인구는 1만6000명 증가했는데, 이런 흐름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가운데 “그냥 쉬고 있다”고 답한 청년층은 1만8000명에 달하며, 4분기 연속 증가 중이다.

이처럼 청년들이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실제로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11만2000명 줄었고, 건설업 취업자도 18만5000명 급감했다. 제조업은 9개월 연속, 건설업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많은 기업들이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없는 청년들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인구 감소 외에도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맞물리면서 청년들이 취업시장에 아예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며 “20대에 첫 직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