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 눈이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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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4월, 벚꽃 위에 눈이 내려앉았다. 봄과 겨울이 뒤섞인 듯한 이 낯선 풍경은 지난 주말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현실이 됐다. 기후 변화로 더 자주 마주하게 될 지 모르는 이 풍경, 기상학자들은 이 현상이 ‘절리저기압’(cut-off low)이라는 대기 상층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절리저기압은 북극의 찬 공기가 대기 상층에 머물며 회전하면서 생기는 작은 소용돌이형 저기압이다. 상층(약 5km 상공)에서 이 소용돌이가 형성되면, 그 아래쪽 지상에는 기압골(낮은 기압의 띠)이 만들어지며 눈비가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절리저기압은 북극의 찬 공기가 강하게 남하하면서 만들어진다. 보통 대기 상층에서 동서 방향으로 흐르던 제트기류(매우 빠른 고공 바람)가 느려지고 남북 방향의 흐름이 커질 때, 찬 공기 덩어리가 남쪽으로 크게 내려오게 된다. 이때 제트기류 일부가 아래로 ‘잘려 나가듯’ 고립되면 소용돌이 저기압이 생기는데, 이게 바로 절리저기압이다. 이름 그대로 ‘분리된 저기압’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대기 구조 변화에는 또 다른 원인인 ‘블로킹’(blocking) 현상도 영향을 준다. 블로킹이란 대기 상층에서 고기압이나 저기압이 정체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바람(편서풍)이 약해지고, 대신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찬 공기(북풍)가 강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 동쪽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며 이러한 블로킹이 발생한 상황이다.
벚꽃 위로 눈이 내린 풍경은 낯설지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 1908년부터 올해까지 4월 중 눈이 내린 날은 총 35일 있었다. 서울에서 눈이 가장 늦게 내린 날은 2020년 4월 22일, 진눈깨비 형태였다.
서울의 평년 기준으로 눈이 내리는 시작일은 11월 21일, 종료일은 3월 18일이다. 하지만 강원 산지처럼 기온이 낮은 지역에선 5월 중순에도 눈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23년에도 강원 향로봉에서 5월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바 있다.
한편 14일 서울에는 눈이 0.6㎝ 쌓였는데, 이는 1931년 4월 6일 2.3㎝에 이어 4월 중 역대 두 번째 적설 기록이다. 이 밖에도 1943년 4월 8일(0.5㎝), 1937년 4월 4일(0.5㎝), 1944년 4월 2일(0.3㎝) 등이 4월 중 적설 상위 기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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