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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관계들"…구도자의 자세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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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에서 활동하며 설치와 회화, 사진 작업을 하는 배상순 작가가 검은 벨벳 회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느다란 흰색 선을 반복하며, 축적된 인간의 관계를 풀어냅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온고지신 / 5월 27일까지 / BUM 갤러리]

전시장 벽면에 심연의 우주가 펼쳐졌습니다.

우주 속 성운같이 퍼져 있는 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얇은 흰색 선들입니다.

억겁의 세월과 무한한 관계의 퇴적물입니다.

중간중간의 커다란 점들은 그 관계들 속에서 서로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개인들입니다.

작가는 몇 올 되지 않는 가느다란 세필을 흰색 젯소 물감에 적셔 원형의 붓질을 반복합니다.

붓끝에서 만들어진 동그란 선들이 한없이 이어지고 겹쳐집니다.

그 세필의 흔적이 검은 벨벳 위에 쌓이면서 얽히고설킨 관계의 무게를 담아내는 겁니다.

[배상순/작가 : 사람과 사이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도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이렇게 쌓여가는 시간을 의미하는 게, 이 얇은 세필로 그려 쌓아 올린 관계의 축적된 시간들을 표현하는 것이 이 작품입니다.]

검은 벨벳 위에 흰 선들을 쌓아가다 보면 중간에 남는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물감이 닿지 않은 검은 바탕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합니다.

[배상순/작가 : 다른 세계로 이렇게 빨려 들어가서 다른 공간을 경험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벨벳의 그 순수함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공간이고요.]

검은 바탕 위를 흰색의 선으로만 구성하면서 무한한 관계와 깊은 공간의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계의 선을 구도자의 자세로 복원하며 작가는 인간과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조무환, VJ : 오세관)

이주상 기자 joos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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