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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즉흥적 관세 정책에 탈미국화…“구조적 신뢰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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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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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메리카니제이션(De-Americanization·탈미국화)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명분 삼아 몰아붙이고 있는 관세 정책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즉흥적이라는 평가 속에 시장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주 주식·채권·달러 등 미국 3대 자산 동시 하락을 두고 “구조적 신뢰 하락 징조”라며 ‘탈미국화’를 경고했다. 그러면서 “시장신뢰 상실은 대통령직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상호관세 발표 뒤 연일 예측불허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저녁 “반도체 관세를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아이폰에 대한 관세’와 관련해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낮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가 면제된 것이 아니며 반도체와 함께 부과될 것’이라던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노벨상 수상자인 매사추세츠공대 경제학과 사이먼 존슨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시장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관세 구조의 비논리성과 임의성”이라며 “정책 결정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중국산 ‘장난감’에 145%의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국가 안보상 중요하다’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는 25%에 불과하며, 무역적자가 문제라면서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에도 1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정책에 논리적 일관성이 없어 신뢰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시장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주부터 미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주식과 국채, 달러 등 3대 자산이 동시에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의 자산 가격 하락은 단순 변동성이 아닌 구조적 신뢰 하락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운대학교 정치경제학자인 마크 블리스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미국 정부가 방향을 잃었다고 전 세계가 느끼고 있다”며 “미국 국채는 어떤 뉴스에도 흔들리지 않던 투자처였지만, 이제는 시장 공포에 따라 매도되는 ‘위험 자산’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간 미 국채가 대량 매도되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에서 4.5% 수준으로 급등했는데, 이는 최근 25년간 가장 가파른 상승세였다.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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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미국 제조업계는 회복 아닌 혼란에 빠져있다. 특히 관세 정책의 반복적인 변경과 예고 없는 철회가 해외 거래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서 맞춤형 자전거를 생산하는 락 랍스터 사이클스의 폴 새도프 대표는 워싱턴포스트에 “일본, 호주, 캐나다 고객들이 ‘다음 주에 또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문을 망설이고 있다”며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산 코나 커피를 수출해온 라이언스 게이트 농장의 수전 슈라이너 대표도 “20년간 국제 시장에서 사업을 해왔지만, 지금은 시장이 닫히는 걸 느낀다”며 캐나다와 일본 소비자들이 주문을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145%에 달하는 대중국 관세는 중소기업에 직격탄이다. 미국 의류·신발 협회(AAFA) 대표 스티븐 라마르는 “높은 관세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망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관세가 너무 높아 기업들은 주문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엔비시(CNBC)는 관세 탓에 운임을 지급하지 않아 방치된 해상 및 항공 화물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14일 중국 상하이 금융지구의 한 쇼핑몰에 애플 로고가 붙어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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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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