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에 대해 "몇 시간짜리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법에 맞지 않는다"며 "군을 군정(軍政)과 쿠데타에 활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 없다"고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30분경부터 새벽 한 2~3시까지 몇 시간 동안의 상황을 조사한 내용을 쭉 나열식으로 기재한 공소장"이라며 "비폭력적으로 국회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몇 시간의 사건을 공소장에다가 거의 박아 놓은 것 같은, 이걸 내란으로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 과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이게(검찰 공소장 내용이) 인용됐다. 많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했다"며 "실체가 많이 밝혀졌는데 그런 것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초기에 내란 모의 과정에서 겁을 먹은 그런 사람들이 수사기관에 유도 따라서 진술한 그런 부분들이 검증 없이 반영이 많이 됐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공소장을 재판정에 띄워줄 것을 요구하며 하나하나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지난해 3월 말 4월 초중순 이뤄진 '안가 회동'과 '관저 모임'을 내란 사전 모의로 본 데 대해 "내란으로 구성한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배경과 관련해선 야당의 검사 3인과 감사원장 탄핵 발의을 보고 "이거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며 "헌재 바로 위에 감사원이 있다. 바로 위에 있는 헌법 기관장을 헌재 심판정에 세워서, 이게 도저히, 저는 갈 데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부정선거 수사는 국정원이 했지만 시스템 보안이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비번이 '12345' 정도면 부정선거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라며 "(계엄 당일 선관위에) 정보사가 들어간 것도 몰랐다"고 모르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시도에 대해 "체포는 기본적으로 수사 조직이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혐의가 포착된 다음에, 이것이 어떤 포고령에서 정한 범죄일 경우에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는 것"이라며 "저는 계엄이 반나절에서 하루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처럼 김 전 장관 및 군 일선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국무위원들을 대통령실에 불러서, 지금 상황이 이래서 계엄조치 필요하단 이야기하고 나를 믿어 달라"고만 이야기했다며 "구체적으로 제가 국방 장관과 나눈 얘기를 다할 순 없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의 '비선 핵심'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서도 "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김용현 전 장관이 장관 인사청문 과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만난 인사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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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법정 촬영 여부, 재신청하면 절차 밟아 판단"…비상행동 "검찰, 법관 기피 신청해야"
지 판사는 재판 시작에 앞서 법정 촬영 불허 논란에 대해 "신청이 너무 늦어서 피고인 의견 묻는 절차를 밟을 수 없어서 기각"했다며 "(다시) 신청되면 절차 밟아서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지난 11일 법조 영상기자단의 법정 촬영 허가 신청서를 불허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허가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형사 재판은 국민적 관심, 사안의 중요성,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법정 촬영을 모두 허가했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횡령 등 재판 등은 모두 개정 전 취재진의 법정 촬영이 허용됐다.
한편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 판사 사퇴 및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을 촉구했다.
尹, 경호 차량 타고 30초 만에 법원 도착…지지자들, '윤 어게인' 외치며 대기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7분쯤 사저인 서초동 아파트 아크로비스타에서 법원 동문 입구까지 경호 차량 두 대를 이용해 30초 만에 이동했다. 사저와 법원은 8차선 양방향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해 있으며, 동문 입구까지는 직선거리로 400미터(m)에 불과하다.
윤 전 대통령 이동 30분 전부터 사복을 입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은 아크로비스타 관리 측 관계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경찰은 아크로비스타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을 일일이 통제했다. 시민들은 "너무 하다", "여기 또 난리네"라며 불편을 토로했다.
사저 인근은 한산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 몇몇만 사저 정문 앞에서 유튜브 중계를 하며 윤 전 대통령의 법원 출발을 기다렸다. 한 유튜버는 "월요일 해가 뜨자마자 왔다"며 "대통령님 지키려 나왔다"고 했다. 앞에는 'MAKE KOREA GREAT AGAIN', 뒤에는 '윤석열' 이름 석자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쓰고 태극기 담요를 둘러멘 한 시민은 출근 차량을 향해 "나는 공상당이 싫고 자유대한민국이 좋다", "내란 수괴는 이재명이고 범죄자는 문재인이다" 등을 연신 소리쳤다.
법원 동문 입구 근처에서 윤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윤 어게인(YOON AGAIN)", "불법 탄핵" 등을 외치며 윤 전 대통령이 동문 입구를 통과한 뒤에도 남아 이름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얼굴 보니 좋잖아. 자주 나오셔야 해", "(대선에서) 대통령님 사람 뽑아야지"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 50대 서초동 주민은 아크로비스타와 법원 인근 상황에 대해 "솔직히 불편하다"면서도 "벌 받을 사람은 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문제에 대해 "계엄 선포, 경제 문제도 아니다. '분열'이다. 3년 만에 나라는 둘로 쪼개놨다. 역대 어떤 대통령이 이렇게 국민 분열을 조장했나. 초등학교 1학년 반장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며 "지도자는 자기 편이 아니어도 아우르고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4월 14일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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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4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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