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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거슬러 118년만의 늦은 눈...'요란한 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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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부터 전국에 강한 돌풍을 동반한 비와 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118년 만에 가장 늦은 눈이 내리는 등 계절이 마치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졌는데요.

요란스러운 봄 날씨의 원인과 전망을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민경 YTN 기상·재난 전문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벚꽃이 절정이던 지난주와 달리 주말부터는 날씨가 급변했습니다.

가장 이례적이었던 '눈'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네, 토요일 밤부터 중부 곳곳에 눈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일요일에는 일부 지역에 제법 쌓였습니다.

서울에도 0.6cm의 눈이 쌓였는데요, 4월에 내린 눈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기록입니다.

특히 서울의 이번 눈은 1907년에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8년 만에 가장 늦게 내린 눈인데요.

지난 2020년 4월 22일에 서울에 눈발이 날린 적은 있었지만, 쌓이지 않아서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가장 늦은 봄눈으로 기록됐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강원 산간에는 10cm가 넘는 눈이 왔고요.

경기와 충청 일부 지역에서도 1cm 안팎의 눈이 내려 쌓였습니다.

[앵커]
4월 중순에 눈이라니, 계절을 거스른 눈, 원인이 뭔가요?

[기자]
대기 상층에서 영하 20도 이하의 찬 공기를 동반한 저기압이 한반도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공기의 흐름은 상층과 지상 모두 고기압과 저기압이 고-저-고-저 형태로 번갈아 나타나면서 기차 칸처럼 흘러가는데요.

상층의 대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양쪽에서 고기압이 벽처럼 막고 있다 보니 저기압이 이동하지 못하고 수제비 반죽 늘어지듯이 한반도 부근으로 내려온 건데요.

일기도 화면 보실까요?

대기 상층 5km 부근입니다.

한눈에 보이는 이 빨간색 공기덩어리가 저기압 소용돌이인데요.

12일 오후부터 우리나라에 다가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앵커]
눈뿐만 아니라 비도 요란했습니다.

강풍에 천둥, 번개, 우박까지 쏟아지던데 따뜻했던 날씨 때문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상 고온이 이런 요란한 날씨를 불렀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주 금요일 날씨 기억하시나요?

저도 금요일에 날씨가 좋아서 절정에 달한 벚꽃 취재를 다녀왔는데요.

그날 전국적으로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5월 중하순을 방불케 하는 25도 안팎까지 올랐고요,

심지어 서울은 24.2도로, 올봄 최고기온을 경신할 정도였습니다.

이미 따뜻한 공기로 채워진 상태에서 저기압이 다가오면 성질이 다른 공기가 충돌하면서 대기가 무척 불안정해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강한 비구름들이 만들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는 저기압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나 있었다고요?

[기자]
네, 다시 한 번 일기도 화면 보실까요?

이번에는 지상 부근 일기도입니다.

위쪽 저기압은 앞서 보신 상층 저기압이 미끄럼틀 타듯이 내려오면서 지상에 만들어진 건데, 수증기보다는 매우 차가운 공기를 품고 있습니다.

반대로 남쪽에서 올라온 아래쪽 저기압은 수증기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쪽 저기압 영향을 크게 받은 제주도는 호우특보가 내려지면서 산간에 150mm에 육박하는 많은 비가 내렸던 거고요.

이 두 저기압이 합쳐져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내륙의 비는 20에서 50mm로 많지는 않았지만, 대기 불안정이 심해지면서 천둥과 번개는 물론 우박과 강풍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눈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강풍이 심했는데요. 프로야구 경기가 중단될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죠?

[기자]
네, 어제 서울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는 강풍과 우박 탓에 네 차례나 중단됐고요.

수원에서도 KT와 삼성의 경기가 잠시 중단됐습니다.

특히 잠실에서는 강풍이 워낙 거세서 비를 막기 위해 덮어놓은 방수포가 들썩일 정도였습니다.

잠실구장이 있는 송파구에서는 초속 15.6m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요.

어제 한때 여수에서는 초속 35m, 양양과 화성, 부산, 울진 등 곳곳에서도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저희가 태풍급 돌풍이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실제 2022년에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당시, 부산은 초속 37.7m, 여수에서 36.3m였는데, 이번 강풍도 이에 견줄 만큼 강력했습니다.

초속 30m면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 창문을 열었을 때와 비슷한 데요, 간판이나 가벼운 구조물들은 쉽게 날아갈 수 있는 강도입니다.

[앵커]
기온 변화도 눈에 띄었는데, 주말엔 확실히 공기가 차가워졌죠?

[기자]
맞습니다.

상층에서 찬 공기가 강하게 내려왔기 때문에 기온도 당연히 떨어졌는데요.

찬 공기가 내려오기 직전인 토요일 낮 기온은 22.5도였는데, 어제는 8.2도에 그쳤습니다.

하루 만에 15도 정도나 차이가 났는데요.

특히 아침엔 체감온도가 영하권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 와중에 황사까지 가세했었다고요?

[기자]
네, 어제 서울과 청주, 대전, 홍성에서 황사가 관측됐는데요.

서울 강동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일시적으로 세제곱미터 당 198㎍까지 치솟았고, 부산 태종대는 200㎍을 넘었습니다.

다행히 황사는 주로 대기 상층을 지나서 일시적으로 영향을 준 정도에 그쳤는데요.

하지만 상공에 남아있는 황사의 영향으로 오늘은 전반적으로는 괜찮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오늘 날씨도 만만치 않던데요, 지금 비나 눈, 강풍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레이더 화면 보실까요?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이렇게 비나 눈이 내리고 있는데요.

초단기 예보를 보면, 비구름이 점차 약해지면서 흩어지며 두세 시간쯤 뒤에는 곳곳에서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전히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강원 산간과 화천은 내일 새벽까지도 눈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겠고요.

강풍특보가 내려진 제주도와 서해안, 그리고 풍랑특보가 발효 중인 서해와 남해 상은 오늘 밤까지도 강한 바람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요란한 날씨가 봄철에 흔하게 나타나는지, 올봄에 또 이런 악기상이 겹쳐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기자]
4월 중순에 서울의 눈은 이례적이었지만, 강원도는 산간에 5월 15일에도 대설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5월까지도 눈이 자주 내립니다.

이번처럼 서울 등 수도권에 다시 눈이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여름을 향해 가는 시기라 5월부터는 최저기온도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상층의 찬 공기가 내려오더라도 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강풍을 동반한 봄 호우는 종종 있겠는데요.

지난해와 지지난해 어린이날 연휴에는 봄 호우가 쏟아져서 야외활동을 기대했던 어린이들을 울리기도 했고요.

또, 한 번씩 지나가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호우 수준의 비는 몇 차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주말 사이에 벚꽃은 많이 떨어졌을 것 같은데, 언제 다시 이맘때 봄 날씨로 돌아오나요?

[기자]
네, 내일까지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 속에 곳곳에서 다소 강한 바람이 계속되겠는데요.

수요일인 모레부터는 다시 따뜻한 남서풍이 불면서 점차 기온이 올라 다시 완연한 봄기운을 되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바람에 벚꽃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완전히 지지는 않아서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볼 수 있는데요.

주 중반에는 하늘도 맑을 것으로 보이니까요.

짧아서 아쉬웠던 봄꽃을 즐기기에 좋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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