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올해 첫 해외 순방에 나선 시진핑(사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 도착해 르엉 끄엉(사진 오른쪽)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났다. 하노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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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변 우호국을 비롯해 멀리 브라질을 포함한 반미 전선 구축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폭탄이 만든 외교적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주석은 14일부터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동남아시아 순방 일정에 나섰다. 18일까지 진행하는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은 미국 관세 정책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중에 시작됐다.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기관인 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스티브 올슨 연구원은 이번 순방의 목적에 대해 “중국은 미국을 무역관계를 망치로 부수는 불량 국가로 그리면서, 자신들을 질서 있는 무역 시스템의 책임있는 리더로 자리매김하려 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첫 순방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이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원산지 표기 단속 강화 등을 통해 ‘택갈이’(상표 바꿔달기)를 이용한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차단에 나섰다고 지난 11일 알려졌다.
미국 관세 공격에 즉각 저자세를 보이는 베트남을 찾은 시 주석은 미국을 우회적으로 겨냥, 반대 세력의 결속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인 ‘년전’(인민)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과거를 계승하고, 새로운 장을 열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베트남과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며 ‘미국에 맞서자’는 뜻을 에둘러 내비쳤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기고문을 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 “승자가 없다”고 강조하며 “중국과 베트남은 다자무역체제를 수호하고,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트남은 미국·중국·러시아 등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유연한 외교관계, 이른바 ‘대나무 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전략적 가치를 높여온 베트남이지만,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는 양국에서 모두 압박을 받게 된 형국이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도 이날 중국 관영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세번째로 큰 외국인 투자 국가”라며 양국이 인프라 건설 등 협력 프로젝트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주변국을 넘어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북반구 저위도 및 남반구 개발도상국과 신흥국) 중심의 미국 대항 세력의 결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오는 5월 중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 지도자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과 회담을 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라질의 한 외교관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에 따라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러시아·브라질 등이 속한 신흥국 협의체 브릭스(BRICS) 간의 협력 강화 방안도 모색 중이라며 “미국과의 관계가 높은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에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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