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측 “공소절차 위법, 각하해야…방어권에 지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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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민간인 신분으로 출석한 형사재판 첫 공판에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는 등의 궤변을 반복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했는데도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합리화했고, 계엄군의 국회 본청 진입과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과 관련해선 “내가 지시한 게 아니다” “부하들이 오해한 것”이라며 남 탓으로 돌렸다.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수사기록부터 논리가 없고 난잡하다. 제대로 된 재판이 되겠느냐”며 도리어 재판부와 검찰을 향해 호통을 쳤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이어진 공판에서 약 93분에 걸쳐 목소리를 크게 높이고 손짓을 섞어가며 검찰의 공소 요지를 부인했다. 피고인인데도 재판장이나 변호인 발언을 끊고, 검찰의 증인신문 과정에 끼어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발언의 요지는 그간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서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고성 계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병력 투입’이라는 내용의 반복이었다. 또 탄핵 변론 때 나온 증언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정작 자신은 변론 때의 진술을 뒤집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을 해제할 것이기 때문에 길어야 반나절, 하루밖에 갈 수 없는 계엄이었다”며 “과거 장기 집권을 목표로 했던 계엄, 군사 쿠데타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 안건 상정 등 절차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계엄을 해제하려고 해도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답변서에 썼다.
부하들을 탓하는 것도 탄핵심판 변론 때와 같았다. 군인들이 소극적으로 지시를 이행했거나, 지시 이행을 거부한 부분에 대해선 자신이 지시해서 그렇게 된 것처럼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시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 등에 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에 “지시한 바도 없고, 나중에 병력이 출동한다는 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듣고 ‘즉각 중지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병력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다가 퇴각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도 했다.
‘정치인 등 체포 지시’와 관련해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언급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헌재 증언에 대해선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격려 차원의 전화였다고 주장했고,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 대해서도 “오염된 진술”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런 주장 역시 헌재가 앞서 홍 전 차장의 증언을 인정하며 ‘체포조’ 의혹에 대해 실체가 있다고 판단한 것과 배치된다.
‘26년 검사 경력’을 언급하며 재판부와 검찰을 향해 호통치기도 했다. 전두환의 12·12 군사쿠데타나 5·18 민주화운동 전 비상계엄 선포를 언급하며 “당시 공소장을 보면 훨씬 간명하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여러 사람의 조서를 모자이크식으로 붙여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사 시절 많은 피의자를 기소한 입장에서 어떤 근거로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탄핵심판 당시 증언을 해석하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이날 증인으로 나온 군 지휘관들은 ‘국회로 출동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재차 증언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 기소가 위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며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증인신문 절차와 검찰 진술 조서와 관련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검찰이 군검찰로부터 언제 기록을 받았는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기록을 송부받을 때 이후에 받은 것인지가 특정돼야 한다”며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받은 기록이라면 당연히 쓸 수 없는 기록이고, 증거기록이 정리된 후에 증인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헌법재판소의 계엄 관련 판단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사실)인정을 잘못한 거다. 증거법을 위반했다”며 “헌재 결정이 반드시 진리고 사실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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