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적극적 AI 투자에 빅테크까지 몰려
"향후 3년이 AI 추론 반도체 주도권 골든타임
미국 기업과 차별화해 아시아의 맹주 되겠다
국가 AI컴퓨팅센터, 스타트업들에 기회 돼야"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일본 전략을 총괄하는 김혜진 리드가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리벨리온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리드의 옆에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제품 '아톰'이 놓여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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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인공지능(AI) 기업이 일본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저희에겐 긍정적인 신호였어요. 경쟁이 있다는 건 시장 잠재력이 확실하다는 뜻이니까요.”
국내 대표 AI 추론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일본 진출 전략을 총괄하는 김혜진 전략 리드는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사옥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지난해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지난해 1월 일본 벤처투자사(VC)인 DG다이와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현지 네트워크와 잠재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 도코모의 자회사인 도코모이노베이션스와 AI 반도체 도입을 위한 개념검증(PoC)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일본 도쿄 법인 설립은 일본 진출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김 리드의 말대로 최근 일본 시장에는 유망 기업들이 몰린다. 일본이 AI 생태계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독자 생성형 AI 모델 개발을 위해 지난해에만 1,180억 엔(약 1조1,967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에 10조 엔(약 97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일본은 디지털 전환에서 한발 늦은 만큼 AI 분야에서는 빨리 소버린AI(AI 주권)를 확립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김 리드는 설명했다.
이에 한국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이 지난해부터 일본 진출을 본격화했고, 리벨리온은 AI 하드웨어 기업으로서 포문을 열었다. AI 개발과 사용 증가에 따라 현지 인프라 수요도 늘 것이 분명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186억 달러(약 27조 원) 투자를 발표한 것도 그 증거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는 일본 AI 시장이 올해 101억5,000만 달러(약 13조4,000억 원)에서 2031년 411억9,000만 달러(약 54조3,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1년 한국 시장 규모 전망치(약 21조6,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리벨리온이 개발, 판매하고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제품 '아톰'.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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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커지는데 AI 반도체에 두각을 나타내는 일본 기업이 없는 것이 리벨리온에는 기회다. 김 리드는 “일본 기업 프리퍼드 네트웍스가 AI 추론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고,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창업한 캐나다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도 일본 정부와 협업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유의미한 1위가 없어 이를 선점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또 “일본 역시 한국처럼 미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리벨리온 사옥에서 김혜진 전략 리드가 리벨리온이 일본에 진출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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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은 향후 2, 3년을 AI 추론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골든타임’으로 본다. 한국 기업이 이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려면 민관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리드는 “해외 진출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혼자 해낼 순 없다”며 “국가 AI 컴퓨팅 센터처럼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스타트업이 참여해 기술을 검증하고 트랙 레코드(실적)를 쌓으면 글로벌 경쟁을 위한 체력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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